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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후기

칸쿤후기

1. 숙소 정보

 결혼기념일 겸 여름휴가 겸 해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칸쿤 여행을 다녀왔다. 매일 내가 버틀러처럼 환자들 수발 들어주다가 이번엔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공짜로 부려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올인클루시브를 찾아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누굴 부려먹을 때마다 팁을 줘야 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고 리조트 직원들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해서 결국 내가 버틀러처럼 행동하다가 왔다.

[1] 숙소이름

 Secrets Playa Blanca Costa Mujeres 라는 숙소를 예약했는데, 올해 2월쯤 가오픈한 Adult-only 신상숙소였다. 하얏트계열에 흡수되어 하얏트 올인클루시브컬렉션에 속해있으며 시크릿츠 시리즈 중 하나다. 지금 찾아보니 시크릿츠 계열 호텔이 몇 개 없을 줄 알았는데 스무 개는 족히 넘고 칸쿤 내에도 네다섯 개는 있어 보인다. 7월 말~8월 초에 다녀왔는데 그때까지도 아직 공사 중인 곳과 안 열린 시설이 있어 조금 아쉬웠다. 아마 풀로 오픈하지 않는 대신 가격을 좀 낮춰 합리적으로 판매하는 듯했다.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아예 잘 알려지지 않은 숙소여서 그런지 머무는 내내 동양인이 거의 우리밖에 없었다. 

[2] 위치

 Costa Mujeres에 있으며 공항에서 차로 45분 정도 걸렸다. 호텔존 보다는 훨씬 덜 붐비며 대형 럭셔리 리조트들이 띄엄띄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리조트 경비가 삼엄한 게 인상 깊었는데, 우리가 묵었던 리조트는 게이트가 두 개였고 각각 가드들이 지키고 출입인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다. Costa Mujeres 숙소들이 Isla Mujeres 숙소들 보단 살짝 저렴하지만 바다가 그만큼 예쁘진 않은 것 같았다. 

숙소위치지도
빨간 동그라미가 숙소 위치

[3] Prefered Club

 웃돈을 주고 'prefered' 가 붙은 방을 예약하면 몇 가지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데, 별도 체크인 라운지, 웰컴드링크(기본 와인 외에 한병 더), 전용 바, 전용 수영장, 바다에 가까운 숙소, 기타 등등 여러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preferred로 추가지불한 금액 대비 혜택이 그렇게 크지 않아 돈이 아깝다고 느껴졌다. 바닷가 근처인 숙소는 오히려 로비나 레스토랑과 멀어져 어떤 면에선 더 불편했으며 preferred club lounge(전용 바)는 5박 내내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체크인 라운지는 혼잡시간대에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체크인 가능하게 따로 구분한 듯한데 내가 호텔에 도착했던 12시에는 이미 사람들이 너무 많아 프리퍼드 체크인 라운지는 이용하지 못했다.  

2. 음식

 이 리조트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영하는 뷔페, 프랑스식당, 이태리식당, 아시안식당, 그릴 2곳(해산물, 육류), 패스트푸드, 카페, 그리고 여러 bar를 포함하여 열댓개 정도가 있었는데, 한 곳을 제외하면 모든 음식이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았다. 하지만 저녁에만 여는(6시~11시) 레스토랑이 너무 많아서, 왠만큼 오래 머물러서는 레스토랑을 전부 갈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아마 장사속이겠지. 

[1] 테판야끼+아시아식당

 수많은 리조트 내 식당들 중 유일하게 별로라고 생각한 곳인데, 아시안식당 Himitsu에서 하는 철판요리 쇼유일하게 앱으로 예약을 해야 했다. 미리 예약은 안되고 당일 밤 열두 시에 그날 예약창이 오픈되었다. 첫날은 까먹고 있다가 새벽 네시에 들어갔더니 아예 접속이 안돼서 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했다. 여러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보통 예약 마감이 칼같이 되니까 12시 되자마자 시도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정시에 접속했는데, 이미 마감된 시간대가 몇 개 있을 정도로 예약경쟁이 치열했다. 쇼는 식당 내 별실(4개 있고 방 하나당 8명까지 앉을 수 있다. 방 4개를 동시에 돌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에서 진행하며 30분~1시간 정도 코스였던 것 같다. 처음엔 초밥(근본 없는 롤들), 볶음밥을 거쳐 해산물+고기+야채 볶음, 그리고 후식 순으로 이어졌다. 주류도 함께 즐길 수 있어 난 사케 한잔과 맥주 한 캔을 주문했다. 스시나 롤이 근본이 없는 건 이제 그러려니 했지만 그 외에 모든 철판 요리에 버터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버터를 진짜 한 트럭 갖다 부은 느낌이라 그런지 우리 커플 외에 서양 커플들도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아마 리조트 내에서 가장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을 제일 고급스럽게 대접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 이 숙소에서 숙박 예정이라면 굳이 테판야끼는 안 봐도 될 것 같다.

 테판야끼를 예약하지 않더라도 아시안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스시, 사시미, 라멘 팟타이 등 정말 Pan-Asian인데, 메뉴를 살짝 재해석한 게 안 좋은 의미로 인상 깊었다. 예를 들면 '라멘'을 시켰는데 구성물에 라멘 면이 아닌 소바면, 차슈, 두부, 청경채가 들어가 일본요리에서 흔히 들어가는 재료+중국요리 재료가 섞이고 이상하게 달달해서 태국 족발볶음밥 맛이 나는 식이었다. 그나마 팟타이는 면의 양만큼 고기를 많이 넣어줘서 좋았는데 맛 자체는 뉴욕에서 먹는 게 조금 더 맛있었다. 아시아 식당에 가느니 그냥 컵라면 챙겨 와서 먹는 게 더 나을 뻔했다. 

[2] 그릴

 나도 와이프도 가장 만족했던 식당으로 Oceana와 Seaside grill이라는 두 가지 비슷한 컨셉의 식당이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갈 때 Oceana는 20분을 기다려야 한대서 seaside grill에서 Lamb rack과 소고기를 주문했다. 솔직히 올인클루시브라서 퀄리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굽기나 간이나 양 모든 면에서 빠지는 것이 없었다. 애피타이저나 디저트도 전부 좋았지만 고기가 압도적이어서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3] 바 

 정글풀 옆의 바와 해변가의 바 두 개만 가봤는데 개인적으로 칵테일을 시키기보단 온 더락으로 마실 수 있는 술을 시키는 게 나았다. 칵테일이 전반적으로 너무 달고, 도심 속의 바에서 바는 칵테일에 비해 묘하게 싼 맛이 나며 맛이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음료의 맛과는 별개로 beach bar는 꼭 가보는 걸 추천한다. 언제 내가 청록색 바다를 바라보며 위스키 한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을까. 

비치바
히비키 한잔과 논알콜 음료 한잔

3. 시설

 모든 시설을 전부 이용해 본 것은 아닐뿐더러 아직 오픈이 안된 곳도 있어서 제대로 된 리뷰는 어려울 것 같다. 

[1] 수영장

 공용 풀이 4개 있었다. 하나는 정글 컨셉으로 구불구불하고 옆으로 나무나 풀이 많은 타입, 하나는 social pool이라고 해서 물속에서 하는 이벤트나 스포츠경기 같은 것이 열렸다. 또 하나는 Infinity pool로 바 중 유일하게 풀장 내에 있는 바가 이 풀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preferred pool이 있어 나처럼 프리퍼드로 숙소를 예약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풀이 있었다. 프리퍼드 풀에는 수압으로 마사지를 할 수 있는 자쿠지도 있었다. 멕시코 햇살이 너무 강해서 풀장 물 온도가 뜨거울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미지근한 온도에서 약간 더 시원한 온도에 가까웠다. 그래서 덥지 않으려면 파라솔 밑으로 들어가 있거나 끊임없이 수영해야 했다.

 공용 수영장 외에 내가 예약하는 숙소 타입에 따라 개인 수영장이 딸린 방들이 있는데 구조상 전부 1층에 있었다. 엄연히는 개인 수영장이 아닌 각 방의 베란다? 테라스? 가 숙소에 붙은 별도의 긴 수영장에 연결된 형태였다. 그래서 베란다까지는 칸막이가 있지만 풀장으로 들어오면 옆방 사람들이 뭘 하는지 볼 수 있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구조라 난 선택하지 않았다. 

[2] 룸

 널찍하고 깔끔해서 좋았다. 어메니티나 침구 이런 것은 잘 모르지만 나무로 된 가구나 마감이 멋있었다. 무엇보다도 베란다에 자쿠지욕조와 실내에도 큰 욕조가 있어 Bubble bath를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했다. 아예 버블배스를 하라고 배스솔트와 배스밤이 어메니티로 있었다. 다만 모기가 지~인짜 많았는데, 숙소가 바로 수영장에 붙어있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습해서 모기가 안생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해충방지 스프레이와 모기약이 방에 비치되어있었다. 

숙소전경
숙소 전경. jungle view로 예약했는데 Beach view를 준 듯하다.

[3] 체육시설

 정글풀 옆에 있는 바에 포켓볼대와 탁구대가 있었다. 매일 이벤트도 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오랜만에 탁구를 쳤는데 상대 할머니가 너무 열심히 하셔서 그냥 져드렸다;;. 숙소에 테니스코트와 헬스장도 있는데 테니스코트는 가보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고 헬스장은 전부 오픈한 상태가 아니어서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따로 건물에 있는게 아닌 대충 숙소 방 2개에 임시로 기구들을 집어넣어 놨는데, 근력운동 기구는 아직 없고 유산소 기구만 몇 개 있어서 우린 이용하지 않았다. 숙소밖, 리조트 내에 골프장이 있는데 숙소 이용객은 할인된 가격으로 홀을 돌 수 있다만, 우린 골프도 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이용하지 않았다.  

[4] 리조트 조경

 낮에도 탁 트여서 좋지만 특히 밤에 산책하기 정말 좋게 너무 예쁘고 멋있게 잘 꾸며놨다고 생각했다. 구불구불한 길 양옆으로 우거진 야자수와 기타 식물들, 가끔 보이는 도마뱀, 짚단을 엮어 만든 지붕과 곳곳에 위치한 화로, 그리고 마야 피라미드를 모티브로 지은 듯한 숙소 기둥 같은 요소 하나하나가 마야인의 부락 같은 모습을 표현하려고 한 게 재미있었다. 조경 하나하나에 공 많이 들였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숙소전경
가운데 화로 자리에서 칵테일을 마실 수 있지만 너무 더워서 포기했다

4. 해프닝

[1] 멤버십 영업

 체크인하는 날 호텔에서 90분짜리 VIP멤버십에 대한 설명을 듣는 대가로 200달러짜리 쇼핑+액티비티 바우처와 2박 3일 숙박할인권을 같이 준다고 해서 오케이 했다. 다음날 아침에 직원을 만나 뷔페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시작했다. 호텔 측에서 멤버십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설명만 들으면 저런 파격적인 선물을 준다는 것과 직원과 같이 아침을 먹는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이상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밥을 먼저 먹이는 건 설명이 매우 길어서 배부터 채우게 하려고 그런 거였고 보상이 파격적인 이유는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밥을 먹으며 스몰톡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문제없이 잘 듣고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너무 루즈해졌다. 한 시간이 넘어간 순간부터 난 집중을 안 하고 있었고 임신한 와이프는 체력의 한계에 다다랐는지 짜증이 나있는 게 보였다. 설명이 90분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2시간을 넘어갔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 때문에 루즈해졌다.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면 10분 만에 설명을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별거 없는 내용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2시간 분량으로 늘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대단하다. 내용은 대충 VIP멤버십에 가입하면 하얏트 산하+협력관계에 있는 웬만한 호텔과 여행사 항공사 등의 모든 서비스를 파격적인 가격에 원하는 때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내용이 나쁘진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 혜택이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는 과정이 문제였다. '당신은 보통 1년에 여행비를 얼마나 쓰십니까'로 시작해서 내 1년 여행비를 추산하고 멤버십을 가입하면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내가 하얏트 체인의 호텔만 갈 것도 아니거니와 칸쿤에 돈걱정하면서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길래 내 여행비를 호텔 직원이 계산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심지어 그 짓거리를 담당 직원, 파이낸스 매니저, 총책임자가 와서 똑같이 그러고 있으니 절대 멤버십 가입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핵심만 설명해 주고 나머지는 내가 찾아볼 수 있게 브로셔나 웹사이트 같은 게 없냐'라고 물어봤는데, 하얏트와 커넥션이 없는 다른 여행사나 익스피디아 같은 호텔예약 플랫폼과 맺어놓은 일정의 계약?(익스피디아에서 예약하고 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상도덕상 저런 단독 멤버십을 운영하는데 눈치가 보일 법도 했다) 때문에 당일에 단 한 번만 현장에서 설명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래저래 끊임없는 영업을 잘 견뎌내고 200달러 바우처와 숙박권을 받아 들고 나왔는데 2박 3일 숙박권마저도 돈을 추가로 내면 4박 5일인지 5박 6일인지로 늘려준다는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영업을 하는 게 존경스러우면서도 뭐 하나라도 가입했다간 호구될 거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더 크게 들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품을 가입하는 흑우가 있나 싶었는데 우리 옆방이 멤버십을 가입했는지 방문에 VIP 된 걸 환영한다는 문구가 걸려있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숙박권을 확인해 보니 Activation fee가 따로 있었고 한 달 내로 꼭 활성화해야 하며 18개월 내에 써야 한다는 일반적이지 않은 조건이 걸려있어서 그냥 체크아웃 때 숙소에 버리고 나왔다.

[2] Customer Service 

 멕시코에 오기 전 미국에서 사 온 배스밤이 있었는데, 하우스키퍼가 다녀간 이후 배스밤이 없어진 사건이 있었다. 아마 종이봉투에 대충 싸여있어서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린 모양이었다. 어차피 10달러 정도밖에 안 하기도 하고 어메니티로 배스밤이 있었으니 그 자체로는 크게 상관없었지만 문제는 직원들의 태도였다. 일단 우리 방을 청소해 준 하우스키퍼는 배스밤 같은 게 없었고 못 봤다고 주장했다. 주장과는 반대로 와이프는 분명히 숙소를 나가기 전 확인했다(외출 다녀와서 목욕할 예정이었어서 나가기 전 배스밤이 있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숙소 측에 분실된 배스밤의 생김새와 어느 위치에 어떤 모습으로 놓여있었는지 상세히 설명했지만 Language Barrier 때문에(우리 말고 숙소 측-그새 내가 미국에서 좀 살아서 그런가 리조트 내에서 영어 잘하는 멕시코 사람 찾기 힘들었다) 우리 주장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고(혹은 못 알아들은 척하고) 말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와이프가 매니저를 데려오라고 했는데, 매니저를 우리 방으로 보내겠다고 약속을 받기까지 30분에서 한 시간은 이곳저곳에 통화한 것 같다. 어떻게든 매니저 부르는 상황을 피하려는 게 눈에 뻔히 보여서 전담버틀러-컨시어지-하우스키핑부서 사이에서 계속 토스하려고 했다. 결국 몇 시간 뒤 매니저가 와서 사과를 하고 보상으로 발리베드(80달러 정도 함)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겠다고 했지만 굳이 이용하고 싶진 않아서 거절했다. 

[3] ATM

 직원들에게 줄 팁을 미국에 있을 때 충분히 인출해오지 않아서 호텔 내 ATM을 알아봤는데, 최소 출금한도가 50달러에 거래수수료가 9.5달러였다. 그뿐만 아니고 송금수수료 5달러 정도가 추가로 붙어 수수료만 거의 25~30%에 달하는 미친 ATM기기가 호텔에 버젓이 있었다. 그래서 버티다가 Isla Mujeres로 가는 투어를 갈 때 섬의 그곳의 은행이나 ATM기에서 돈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착한 이슬라 무헤레스는 생각보다 더 뜨겁고 붐볐다. 관광지 같으면서도 그냥 멕시코 현지인들의 일상도 녹아있는 것 같아 흥미로웠는데, 제3세계 같은 모습에 와이프는 적잖이 당황하고 무서워했던 것 같다. 가게 주인들에게 길을 물어 ATM기를 찾았는데 웬걸, 그 앞에 눈이 탁 풀리고 반쯤 돌아간 양아치가 앉아있었다. 엮이면 좋을 게 없겠다 싶어 ATM기 사용을 포기했다. 뉴욕에서도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는데 진짜, 눈이라기보단 눈깔이라는 표현이 맞아 보였다. 마약을 한 듯 퀭해서 초점도 맞지 않고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힙쌕을 하나 메고 ATM기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게 영락없는 범죄자 상이 었다. 결국 그냥 포기하고 숙소에서 비싼 수수료를 물고 출금했다. 

5. 투어

 와이프가 임신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투어에 제약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덥기도 하고 우린 유적지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트레킹이나 유적탐험 같은 코스는 전부 걸렀다. 수상이나 공중 액티비티는 임산부가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Catamaran boat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큰 보트를 타고 바다를 누비며 스노클링도 하고 수영도 하고 이슬라무헤레스에 들러 몇 시간 체류한 뒤 숙소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살면서 그런 배도 처음 타보고 스노클링도 처음 해봤는데 호흡하는 법을 몰라 죽을뻔했다. 청록색 바다에 거북이도 보고 물고기들도 봐서 신기하긴 했지만 힘든 게 더 커서 다시 하고 싶진 않았다. 나중에 출산하고 나면 다시 와서 다른 액티비티를 즐겨봐야겠다.  

6. 총평

 우리가 묵었던 숙소를 평가하자면 그저 그랬다. 숙소 익스테리어나 음식, 룸 컨디션은 좋았지만 고객응대나 호텔 내 즐길거리가 부족했다. 직원들의 태도는 미국인들보다도 더 느긋한 멕시코사람들 성향이 한몫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 북미에 사는 게 아닌 이상 칸쿤을 보통 신혼여행으로 올 텐데, 대부분 안 그러시겠지만 한 숙소에만 머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하얏트=장사치+고객응대 개판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는데, 생각해 보니 신혼여행으로 갔던 제주도 하얏트호텔도 최악의 고객응대를 보여줬었다. 개인적으론 더 이상 하얏트 체인에 방문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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