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환락의 도시?
호텔과 카지노, 각종 쇼와 클럽으로 점철되는, Sin city라고 불리기도 하며 누군가에겐 꿈의 도시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베가스 한번 가보자고 아내에게 얘기했었는데, 우연히 휴가가 맞아서 같이 가게 되었다. 난 여행이 아닌 비즈니스 목적으로 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관광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도박을 싫어해서 도박장은 그저 지나가기만 했지만 카지노 외에도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1. Netflix Slam: Rafael Nadal VS Carlos Alcaraz
넷플릭스에서 라이브로 송출하는 스포츠 경기 중계로 알고있는데 이번엔 테니스다. 우리 부부가 베가스에 있는 동안 경기를 한다길래, 둘이 테니스를 배우기도 했었고 매치업이 재밌어서 비싼 돈 주고 구경하기로 했다. Mandalay Bay Resort내의 Michelob Ultra Arena라는 경기장에서 했는데, 이런 경기 말고도 각종 콘서트도 많이 열리는 듯했다. 나중에 들은 택시기사님 이야기로는 베가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큰 이벤트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줄을 끊임없이 서서 리조트 전체를 메웠는데, 그 많은 사람이 다 들어갈 정도로 경기장이 생각보다 많은 관중을 수용했다. 우리 자리는 section 218 Row J였고 테니스 코트를 횡방향으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테니스경기 관중석은 코트를 종방향으로 볼 수 있는 자리가 비싸다고 하는데, 공의 무브먼트를 전부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달은 나이도 많고 클레이코트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클레이코트가 아닐뿐더러 상대는 이제 스무살이자 현 랭킹 1위인 알카라즈였기 때문에 난 알카라즈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래도 경기 중반까지는 테니스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나달이 운영을 주도하며 알카라즈가 나달의 전매특허 탑스핀을 받아내지 못한다는 인식도 받았다. 결국 타이브레이크 끝에 알카라즈가 승리를 거머쥐긴 했지만. 나달이 알카라즈 보다는 인기가 좀 더 많아 보였고 나 또한 그의 탑스핀을 목도하니 '나달처럼 테니스 치고 싶다', '테니스 다시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건 관중들의 관람 태도였다. 테니스경기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떠들기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선수들이 서브를 준비하면 어김없이 관중들이 모두 조용해지고, 점수 한 번 날 때마다 큰소리로 응원하는 게 굉장히 재밌는 포인트였다. 두 선수 모두 스페인 출신이라 Vamos Rafa! 나 Vamos Charlito! 같은 스페인어 응원이 많이 들렸다.
2. 스피어
최근에 새로 지어진 돔 형태의 건축물이다. 건물 입면이 160만개 가량(정확하진 않다)의 LED로 도배되어 있어 계속해서 영상이 재생되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비행기 안에서도 보인다. 건물 내부에도 수많은 LED와 스피커로 도배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9층높이의 2만 석 어디에 앉아도 깨끗한 음질과 화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티켓을 사도 줄을 30분 넘게 서있다가 입장했다. 티켓에는 오후 4시 반이라고 쓰여있었는데, 이건 실제 영화 상영시간이 아니고 입장시간이다. 영화는 한 시간 뒤인 5시 반에 시작했고 그전 남는 시간 동안 로비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여러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시간 남짓 영화를 재생해 주는데 기존의 상업영화는 아니고, 인류 문명의 발달과 그에 따른 환경 파괴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매번 주제가 바뀌는지는 모르겠으며 조금 비싸긴 하지만 한 번쯤은 볼 법했다. 인간은 압도적으로 큰 존재에 경외심을 느낀다고 하는데, 내부도 매우 크고 음향, 무엇보다도 화면이 너무 커서 어느 영화관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영상미를 보는 맛이 있었다.
3. 벨라지오 분수쇼
세계 3대 분수쇼 중 하나라고 한다. 벨라지오라는 호텔 앞의 분수대에서 음악에 5분정도 진행한다. 저녁 7시부터는 매 15분마다 하고 그전에는 매 30분마다 하니 시간을 맞춰가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없다. 벨라지오 호텔의 멋진 외관과 더불어 분수쇼의 스케일 또한 압도적인데, 가끔씩 아주 높이 물줄기를 쏘아 올릴 때 들리는 파열음은 마치 총소리와 같다. 세계 3대 분수 중 나머지 두 개는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분수쇼와 두바이 몰 분수쇼라고 하며, 몬주익 분수쇼는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베가스가 스케일이 살짝 더 크고 몬주익에 비해 자주 하는 느낌이다. 두바이의 분수쇼도 죽기 전에 한 번은 보고 싶다. 분수쇼 자체도 대단했지만 분수쇼는 그저 카지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더 대단하면서도 골 때릴 따름이었다.
4. 'O' show
태양의 서커스 팀에서 하는 O show라는 서커스쇼다. 상기한 벨라지오 호텔의 극장에서 매일 진행하는데, 물이 테마인 서커스쇼로, 스테이지 자체에 물이 있다. 이렇게 보니 벨라지오 호텔 자체가 물을 테마로 한 것 같다. 서커스 자체는 솔직히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무대 장치가 너무 신기했다. 스테이지 바닥이 몇개 섹션으로 나뉘어있고 그게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스테이지가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물로 가득 찬 풀장처럼 변했다. 그 세트 위를 배우들과 잠수부들이 헤엄치며, 다이빙하며, 뛰어다니며 이런저런 묘기를 선보였다. 바닥 장치뿐만 아니라 무대 뒷 벽이나 공중에서 장치가 나와 배우들이 매달려서 선보이는 여러 동작들 역시 즐거운 볼거리였다. 이런 본격적인 서커스를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되었는데, 이때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가 물개박수를 치며 봤다. 서커스에 대한 동심+추억보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베가스에 간다면 꼭 보길 추천하며 난 다음에도 볼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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