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 오기 전 콘도
우리 부부가 최근까지 살았던, 좋은 추억이 많았던 고마운 아파트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나열했던 문제들 때문에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고 혹시나 이 단지 내에 입주할 생각이 있다면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2. 장점
[1] 가격
신원을 증명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갓 이민온 사람이 구할 정도로 qualification이나 onboarding 장벽이 낮았다. 렌트 가격도 집 상태에 비해 그리고 다른 매물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물론 처음 뉴욕의 비싼 월세를 보면 물론 당황하게 마련이지만..
[2] 뷰
뷰가 다른 맨하탄 내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았다. 단지가 살짝 isolate 되어 있어 리버뷰든 시티뷰든 꽤 탁 트였다는 장점이 있었다. 우리 유닛은 북향이었지만 East River가 쭉 보여서 탁 트인 느낌을 받았다.
[3] 공원
단지 가운데 공원이 있는데 강과 퀸즈, 브루클린을 보며 쉬기 좋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꽤 넓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았다. 단지 차원의 행사도 많이 해서 활기차고 사람 사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4] 웬만한 게 다 있음
크고 살짝 외딴곳에 있어서 그런지 네일숍, 물리치료, 마트, 세탁소 같은 생활에 필요한 상가가 있었다. 다른 곳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단지 안에 욱여넣은 것 같은데, 비싸긴 해도 나가기 귀찮을 땐 딱인 느낌.
2. 안 좋은 점
[1] 위치
일단 차로 진입가능한 길이 딱 하나밖에 없다. 우린 차를 안 끌고 다녀서 상관없지만 차를 타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길을 잘못 들기 쉬운 구조다. 그리고 진입로와 출구가 한 방향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도 불편하다. 시내 중심으로 나가려면 굴다리 밑을 지나가야 한다(더럽다). 근처 대중교통은 두 종류 버스가 서는 정류장이 단지 안에 있는데, 편하지만 배차간격 30분 정도로 길다. 맨하탄은 서울처럼 깊숙한 동네에서 근처 큰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으로 연결해주는 지선버스같은게 많이 없기 때문에 집 근처에 지하철역이 없다는 건 꽤 치명적이다.
[2] 무능한 매니지먼트
모든 문제와 이사의 원인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입주할 무렵, 그러니까 거의 2년 전부터 실내흡연을 해대는 이웃이 있었다. 누구인지 특정할 수는 없고 물증도 없었으나 계속 나는 냄새와 심증은 항상 있는 상태였다. 대마와 담배를 번갈아가면서 피고 보통 밤 10시가 넘어서 냄새가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가끔은 주말 낮에도 냄새가 들어왔다. 처음에 몇 번 매니지먼트 오피스에 이메일을 보내 항의했고, 우리 층 전체에 실내금연아파트라는 경고문(?)을 돌려 그 뒤 몇 달간은 냄새가 좀 덜 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 뒤 여전히 냄새가 들어오기도 하고 아기가 태어나고 몇 개월 지나서부터는 더 심해져서... 반복적으로 시큐리티에게 조사를 요청+매니지먼트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고 매니지먼트 부서엔 단 두 명만 일하는지 이메일 답장을 아예 하지 않거나 답장 속도가 매우 느렸다.
시큐리티들은 처음엔 와서 조사하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나중엔 그 마저도 귀찮았는지 자기 코엔 냄새가 안 난다고 하질 않나 그냥 방향제를 복도에 뿌리고 가질 않나 하는 초등학생이나 할법한 짓을 했다. 매니지먼트에서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지,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공유는 하나도 없었다. 답답해서 챗지피티에 물어본 결과 311이라는 뉴욕시티 당국에 신고하라는 답을 얻었다. 그래서 거의 스무 차례 컴플레인을 넣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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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내흡연자를 잡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심증이 있다고 해서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고 대뜸 그 집에 쳐들어가서 확인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기도 하다. 그래서 시큐리티들도 마약탐지견처럼 냄새를 맡는 게 최선인데, 우리는 집에 냄새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프론트데스크에 연락을 하지만 시큐리티들이 올라올 때쯤엔 이미 너무 많이 퍼져 어느 가구에서 시작된 냄새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앞으론 늦게 연락 주지 말고 냄새가 나면 바로 신고해 달라'라고 내게 말하는데 마치 신고를 늦게 한 우리 잘못인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해대는 탓에 더 열받아서 적극적으로 시 당국에 신고를 넣기 시작한 것 같다.
[3] 노후한 건물
1960년대쯤 지어진 건물이고 입주 전 리모델링이 끝나서 우리가 새로운 유닛을 쓰는 첫 번째 세대였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 연식을 숨길수는 없는 포인트가 몇 개 있었다. 자잘한 곳에 가있는 금, 프레임과 이격이 심한 문에 더해 결정적으로 이사 직전 수도관이 터져 곰팡이가 슬었다. 메인터넌스에 여러 번 수리요청을 해서 기사들이 들락날락했는데, 처음엔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을 안 하고 호스만 조여주고 갔다. 하지만 문제가 나아지지 않고 계속 물이 샜고, 결국 매니저까지 와서 조사한 결과 두 개 층 위의 유닛의 메인파이프가 터져서 우리만 누수가 있던 게 아니었다. 대충 파이프공사를 하고 전부 뜯어낸 싱크대 뒤판은 폼건으로 역시 대충 메워놓고 작업이 끝났다고 했다. 우린 어쨌거나 이사를 가서 상관없었지만 다른 유닛들은 어떻게 살지, 컴플레인을 우리처럼 넣었을지도 의문이었다. 사람도 나이를 감출 수 없는 것 처럼 건물도 리모델링해도 연식을 가릴 수 없다.
3. 결론
챗지피티에게 해결이 안 되는 흡연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는데, 311에 신고를 넣는 것뿐만 아니라 조기 퇴거 협상 이메일을 보내게끔 알려줬다. '2년 동안 실내 흡연 문제에 시달렸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최근엔 싱크에 곰팡이까지 슬어 6개월 아기의 건강이 염려된다. 이미 시 당국에 여러 번 신고를 넣었다. 원래 계약기간은 6월 중순까지였지만 우린 5월까지만 살고 나갈 예정이며 그 뒤의 렌트비는 내지 않겠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건물주 상대로 소송)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안이 민감해서인지 이제야 매니지먼트에서 답신을 보냈다. 5월 말까지 살고 나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Vacancy Form에 서명했다.
일부러 구체적인 동네나 주소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미래에 어쩌면 real estate salesperson으로 일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특정 동네나 건물이 나쁘다고 말하면 Steering이니 Blockbusting이니 해서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렌트방에서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매니지먼트나 메인터넌스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할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되겠다', '실내 흡연자는 잡아서 처벌할 수 없구나' 정도 take-home message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
집에 이상한 이웃들이 있을 까봐 걱정된다면 한 층에 몇 유닛 없는(이웃이 적은) 아파트를 찾거나 차라리 co-op같이 입주 조건이 까다롭고 규율이 엄한 건물에 들어가거나 저금을 포기할 생각으로 비싼 매물에 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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