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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간호사

미국간호사 - 업무의 차이(투약 파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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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5 - [미국간호사] - 미국간호사 - 업무의 차이(투약준비, 수행)

 

미국간호사 - 업무의 차이(투약준비, 수행)

0. 개요 간호사의 업무 중 가장 자주 발생하며 가장 중요한 업무가 투약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투약'이라는 행위 때문에 간호대학이 4년제로 운영되고 이에 따라 유사 직군과는 차이를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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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약 관련 의사소통

[1] 환자가 거부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은 환자 개인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느낀 게, 환자가 약을 거부하면 안 줄 수 있다. 우리나라도 환자가 거부하면 투약하지 않는 케이스도 많겠지만 내가 일했던 부서는 여러 번의 강력한 설득 혹은 거의 강요를 해서라도 줘야 하는 게 기본이었다(환자가 거부해서 약을 안 줘본 적은 내 기억엔 없었다). 여긴 환자가 거부하면 정말 정말 중요한 몇 가지 약-예를 들어 이식환자의 면역억제제-를 제외하곤 주지 않는다. 투약 사인시 'not given'을 선택하면 그중 'patient or family member refused, Provider notified'라는 항목이 있다. 보통의 환자들은 협조가 잘 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laxative 같은 자칫 빈번한 배변활동+설사를 유발할 만한 bowel regimen들은 투약 전 의사를 물어보는 편이다. 굳이 배변활동 잘하는 사람을 자극시킬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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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약이 없을 때 

 주려고 하는 약이 없을 때 한국에선 어떻게든 약국에 전화 후 조무원님을 통해 받아와서 주던가, 그게 안되면 다른 환자에게서 빌려서 줘야 했었다. PO 약은 그래도 여유를 둘 수 있지만 IV anti같은 약들은 스케줄이 밀리면 심적으로 압박받았었다. 내지는 지속주입 약물이 다 떨어져 가는 데 약 카트엔 물론 비품도 남는 게 없을 땐 더더욱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중환자실에서 일할 때 지속주입약물 용량변경 시 그에 맞게 오더를 바꿔 받아야만 알맞은 개수가 배달되었는데, 보통 용량을 바꿀 때마다 오더를 새로 내주진 않았기 때문에 항상 넘치거나 부족해서 관리하기도 힘들었고 그 자체가 하나의 업무 로딩이었다.

 하지만 여기선 그런게 없어서 부담이 덜하다. 약이 없다면(보통 omnicell에 다 있다) 약국에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그럼 길면 두 시간 내로 약국에서 배달해 준다. 더 인상 깊었던 건 약 배달 상태를 트래킹 할 수 있다는 건데, 택배 조회처럼 약이 현재 어디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또한 약이 없어서 제시간에 못 줬을 경우(물론 제시간에 주는 게 원칙이다) 사유에 '약이 없었음' 이런 식으로 선택해서 입력하기만 하면 끝이다. 약이 늦게 와서 못 줄 때 한국이었다면 빨리 어떻게든 약을 구해오지 않은 '내 탓'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여기선 '약이 아직 안 왔어!' 하면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미국 병원에서 절대 하지 않는 것은 다른 환자 약을 빌려서 주는 것이다. 이 역시 환자 안전을 위한 장치로, 차라리 늦게 줬으면 늦게 줬지 남의 약을 빌려다가 주는 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일할 땐 남의 약 빌려서 주는 게 빈번하게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문에 약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그러기 위해서 약을 몇 개 더 청구해야 하는지 신경 쓰느라 업무가 과중되었었다. 

2. 마약, 향정 반납

 이 부분이 또한 굉장한 차이를 보이는 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부서는 잔여 마약 or향정 반납이라는 개념이 없이 전부 폐기한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마약에 대해 관대하고 워낙 자주 처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빡빡하게 관리하기 때문일 거라고 잠정결론 내렸다. 한국에선 마약이 남을 경우 그걸 시린지로 다시 재서 몇 mg(혹은 mcg)이 남았는지 라벨링 하고, 그걸 다시 마약장에 넣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몇몇 마약이나 향정의 경우 약국이 관할 보건소에 보고를 해야만 폐기 처분할 수 있기에, 무조건 약국으로 다시 보냈었다.

 미국 내 다른 병원이 어떤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서는 잔여 마약이나 향정을 폐기할 때 omnicell에서 2인 이상의 지문 인증을 통해 이루어진다. 폐기하고자 하는 사람이 폐기량과 폐기 사유를 입력 하면, co-sign 할 사람이 지문을 찍어주고 눈앞에서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버리는 사람이 잘 없고 투약 전 약장에서 약을 꺼낼 때 폐기보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냥 서로의 양심에 맡기는 거 같은데 사실 한국도 마약을 빼돌리려면 얼마든 할 수 있으므로... 작정하고 약을 훔치는 사람을 막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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