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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간호사

미국간호사 - 업무의 차이(식이)

1. 식이 오더

 내가 일했던 중환자실은 다른 어느 중환자실 보다도 영양 섭취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곳이라, 회진 때 영양사 선생님이 항상 계셨었다. 또한 NST라는 중환자영양관리팀(우리 중환자실 의사들과 전담간호사, 영양사 선생님들)이 있어서 consult가 나면 우르르 달려가 회진도 하고 식이도 정해주곤 했다. 식이 처방을 내는 건 의사들의 몫이고, 영양사와 함께 목표 단백질, 섬유소 섭취량 및 칼로리를 정했다

 여기선 의사뿐만 아니라 RD(Registered Dietitian)도 식이 오더를 낼 수 있다. 정확한 시스템은 모르겠지만 각 회진팀마다 영양사가 있는 듯하며 회진 때 따라붙기도, 없기도 하다. 식이 오더가 꽤나 구체적이고 체계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tube feeding 이 필요한 경우 특히 더 그랬다.

2. 식이 종류에 따른 차이

[1] Tube feeding

 swallowing이 힘들거나 ventilator support를 받는 환자들이 많은 중환자실에선 흔한 식이 종류다. 우리 병원에서는 'Kangaroo pump'라 불리는 피딩펌프를 통해 주입한다. 오더는 보통

  • tube feeding 제제의 종류
  • continuous 인지, intermittent feeding이라면 몇 시간 줄 것인지
  • 시작 속도가 몇 cc/hr 인지
  • 주입 속도 증량폭은 얼마인지, 몇 시간마다 증량 가능한지
  • target rate가 얼마인지
  • tube가 막히지 않게 free water flush는 몇 ml주입할 것인지
  • free water flush 주입 주기는 몇 시간인지

가 명시되어 있어 오더대로 수행 후 환자의 순응도를 보면 된다. abdominal pain, nausea, diarrhea 등이 없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서서히 증량해서 목표 속도(tube feeding's at goal이라 표현하더라)에 도달하면 된다.

[2] Parenteral feeding(IV TPN)

 tube feeding 마저도 금기인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전해질, 미량원소,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내리는 오더로 한국의 병원에선 conventional TPN, Special TPN(individualized) 두 종류가 있었다. conventional TPN은 시중에서 파는 제제로 스모프카비벤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smof
격벽 터뜨리기가 얼마나 킹받는지 경험해본 사람들은 전부 알것이다. 출처: presenius kabi 홈페이지

 Special TPN은 환자 개개인 전해질 상태에 따라 약국에서 제조하는 TPN으로 환자마다 전해질 lab 수치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S-TPN은 조성이 전부 다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식이보단 약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똑같이 두 종류의 TPN이 있으며 우리 병원 규칙상 individualized 제제는 처음 수령해서 투약 시작 시 간호사 2인이 조성을 전부 읽으며 co-sign 해야 한다. 그리고 고정된 속도가 아니라 처음 네 시간 정도는 주입속도를 서서히 증량하도록 오더가 있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잘 봐야 한다. 아마 고용량 전해질이 들어있으므로 과다한 electrolyte shifting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목적 같다.

[3] 경구 식이

 일반 식이부터 희석 식이, 미음, 죽, 당뇨식이 등등 수많은 종류의 경구 식이가 있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지만, 이 병원에서 가장 충격받았던 건 경구식이의 경우 환자가 식사 메뉴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뉴욕 내 다른 병원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여긴 환자 병실마다 태블릿이 있는데, 그걸로 아침, 점심, 저녁을 주문할 수 있다. 미국식 식문화에 맞게 appetizer, entree, side dish, beverages, dessert 가 세분화 되어있고 각 항목별로 종류도 굉장히 많다. 올라오는 밥 퀄리티를 보면 웬만한 호텔 조식급으로 기내식보다 훌륭한 퀄리티에 환자들 대부분도 만족하는 듯하다. 내가 환자보다 못 먹는 날도 가끔 있는데 이럴 때면 '자본이라는 게 무섭구나' 하고 느낄 정도다.

 하나 더 놀랐던 건, 예를 들어 환자가 total sodium intake에 제한이 걸려 있을 경우 생각 없이 메뉴를 담다가 sodium이 목표수치를 넘어가면 아예 주문을 못하게끔 시스템이 막아놓는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구나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3. 식이 관련 오더

 환자에게 밥만 준다고 해서 영양 부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정확한 환자 상태 파악과 follow-up이 필요한데, 그 관련 검사 시행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1] lab test

 환자 영양상태가 어떤 지 추적관찰 하는 목적으로 주로 이루어지는데, 한국 중환자실에선 관련 lab으로 꽤 여러 가지-미량원소, 24 hours urine collection, albumin, BUN, Cr, OT/PT 등등-를 주기적으로 감시했었다. 그러나 현재 일하는 병원에선 저 정도까지 여러 개를 하진 않는 것 같고 그냥 basic metabolic panel을 보는데 그치는 것 같다. 다만 malnutrition 환자에게 calorie count를 실시하는 데, 간호사가 환자가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양을 기록하면 영양사가 계산해서 칼로리를 산출해 주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만 산출된 칼로리를 바로 알 수 있지는 않고 영양사님의 노트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2] Speech & Swallowing test

 오랜 기간 intubation/tracheostomy 상태였거나 원래 섭식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겐 항상 경구식이 시작 전 이 처방이 나간다. 학교 다닐 때 이 테스트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아쉽게도 한국 중환자실에서 일할 땐 이걸 실제로 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하더라도 약식이었을 듯). 여기선 swallowing test오더가 나면 SLP(Speech Language Pathologist)들이 직접 glidoscope을 들고 와 진행하는데, 이걸 처음 봐서 신기했었다.

swallowing-test
출처: MBS imaging

 코를 통해 scope을 넣은 뒤 여러 경도의 음식(일곱 단계 정도 되는 걸로 기억)을 조금씩 먹여본다. 후두덮개가 잘 움직이는지, aspiration이 되지 않는지 체크한 후 pass 하면 환자는 경구식이를 시작할 수 있다. 이걸로 hospital day를 늘리는 주범 중 하나인 aspiration risk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어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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