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무시간의 차이
대부분의 미국병원 inpatient unit(병동)들은 2교대로 돌아간다. 데이 시프트라면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중간에 1시간 식사시간이 있고 오후 7시 반 이내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며, 나이트는 저녁 7시부터 시작해 중간에 1시간 반 휴게시간을 가진 뒤 다음 날 오전 7시 반쯤 끝난다. Procedural area(OR, PACU 등)는 3교대로 돌리기도 하는 데, 부서마다 스케줄이 천차만별이다. 특정 수술파트는 나이트가 없고 응급수술도 없다. 공통적으론 휴일과 공휴일에 쉰다는 것. 본인은 중환자실에 있으므로 병동 스케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1] 한 달에 얼마나 일하는 가?
미국간호사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모두가 알듯, 미국간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일주일에 3일밖에 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무조건 3일은 아니고 휴가를 쓴 다면 3일보다 덜 일할 때도 있다(...?). 기본적으론 3주는 3일씩, 나머지 한 주는 4일 일해서 4주간 총 13일만 일하면 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2교대 근무기 때문에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한 11.5시간 X13일=149.5시간, 즉 오버타임 안 한다는 가정 하에 4주 동안 149.5시간 일하는데, 이는 3교대 하는 수술방에서 4주간 일하는 시간과 비슷하다(7.5시간*20일=150시간). 결론은 조삼모사다. 그럼에도 불구 일주일에 3일만 일한다는 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외의 장점들도 같이 작용해서 아닐까. 한국에서 드물게나마 2교대를 지원하는 부서들은 실제로 4주 동안 13일 넘게 일을 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쉬는 날을 보장받느냐 못 받느냐의 차이가 클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이라고 아예 오버타임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2] 그럼 오버타임은 어느 정도...?
물론 부서마다 병원마다 지역마다 천양지차겠지만, 우리 부서의 경우 7시 반 퇴근기준 30분 이내로 오버타임 하는 것 같다. 인계가 생각보다 길어서 환자 두 명 인계를 주면 25분~30분 정도 지나있기 때문이다. 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오버타임을 한 적은 없지만 남들 하는 걸 보면 최대 한 시간 까지도 하는 것 같다.
2. 휴일의 차이
미국엔 법정 공휴일이 우리나라에 비해 많지 않다. 법정공휴일은 11일 정도이며 대체공휴일이나 연휴가 우리나라에 비하면 짧다. 공휴일이 토요일과 겹칠 경우 금요일이 대체공휴일,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이 대체공휴일이 된다. 연휴를 만들고 싶으면 자기 휴가를 쓰거나 sick call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쉰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마다 다르겠지만 휴일이 여러 종류가 있어서 하나하나 파보도록 하겠다.
[1] Vacation
1년에 4주의 vacation이 주어진다. 한국에서 일할 땐 휴가가 15일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그마저도 내 맘대로 쓸 수 없이 그냥 부서 인력이 넘쳐서 누군가는 쉬어야 하면 휴가가 소진되고 나중엔 쉬고 싶어도 못 쉬었다. 반대로 부서에 인력이 부족하면 휴가가 남아도 쓰질 못한 게 다반사였다. 남은 휴가는 돈으로 100퍼센트 돌려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100퍼센트 내년으로 넘어간 것도 아니라 가장 불합리하다고 느낀 것 중 하나였다. 나도 8월에 퇴사했는데 그때까지 15개 휴가 중 5개밖에 쓰지 못했다. 그나마 내가 있던 중환자팀엔 '장기오프' 제도가 있어서 1년 중 한번 원할 때에 1주일~열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하! 지! 만! 여기선 내 맘대로 쓸 수 있다. 보통 1주 단위로 쓰며 한 번에 많은 인력이 휴가 내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각 주마다 휴가자는 4명으로 제한한다. 나아가 법정공휴일이 껴있는 주엔 인력이 더 많이 빠질 것을 우려해서인지 3명만 일주일 휴가를 갈 수 있다. 꼭 일주일 단위로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며 하루 단위로도 쓸 수는 있는데, 이땐 위의 1주일씩 휴가 쓰는 인원 제한과는 별개다. 명심할 건 사전에 유닛매니저와 얘기가 되어있어야 하며 휴가자가 많을 경우 Seniority 순으로 잘릴 수도 있다는 것. 또 한 가지, 우리 병원 규정은 휴가를 다 못쓰고 해가 바뀌더라도 맥시멈 80시간 밖에 휴가가 넘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어차피 눈치도 안 보이고 맘대로 쓸 수 있는 거 휴가는 전부 쓰자!
[2] CHD
뉴욕 내 다른 병원에도 이게 있는지 모르겠지만(아마 있을 듯) 'Cultural Heritage Day'의 약어로, 이민자가 많은 미국 답게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듯하다. 1년 중 하루 문화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치면 설 당일이나 추석 당일에 저 휴가를 내고 하루 쉴 수도 있다. 꼭 문화적으로 중요하단 걸 증명할 필요는 없이 그냥 필요할 때 하루 쓸 수 있는 특별 휴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3] Holiday
위에서 말했던 법정공휴일 만큼 휴일이 생긴다. 한 가지, 병원마다 허용하는 공휴일이 다르다. 우리 병원은 8일의 고정된 휴일밖에 허용하지 않는다...ㅠㅠ 공휴일에 쉬지 않고 일했다면 그만큼을 내가 원하는 아무 때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원내 규정을 찾아보니 한 개의 holiday vacation은 7.5시간에 해당되기 때문에 2교대 근무자들은 holiday vacation+일반 vacation을 같이 써야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다고 이해했다.
3. Call-off
어쩌면 이게 한국과는 가장 큰 차이일 수 있는데, 뉴욕주는 법적으로 몸이 안 좋아 일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되면 call off를 내고 하루 쉴 수 있다. 그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루 무조건 쉴 수 있다. 30시간 일 할 때마다 1시간씩 적립되며 1년에 최대 56시간 까지 누적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오프는 휴가가 아닌 '합법적인 무단결근'에 해당하므로 너무 남발하면 병원 차원에서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흔히 'occurance'라고 부르며 sick call 쓴 횟수를 카운트하는데, 이게 좀 이해 안 되는 시스템이다. 만일 내가 컨시어지에 전화해서 '나 오늘이랑 내일 쉴래' 하면 occurance는 2일로 잡히지만, 오늘 전화 한번, 그리고 내일 또 전화 한 번해서 2일을 쉬게 되면 이건 occurance는 1회로 집계된다. 아마 당장 하루 지나면 아프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미리 이틀을 당겨서 쉬는 고약한 심보가 보여서 페널티를 주는 게 아닐까?
병원마다 규정이 다르겠지만 우리 병원은 2개월에 2 occurance 이상, 3개월에 3회,..., 9개월에 12회 이상 이면 근무 태만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sick call을 쓸 거면 한 달 반에서 두 달에 한 번 주기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저 occurance에는 지각도 포함되기 때문에 온전히 sick call을 쓰고 싶으면 지각은 절대 하지 말자.
사용하는 방법은 유닛매니저나 차지에게 말할 필요 없이 그냥 유닛 컨시어지(데스크)에 음성녹음으로 '나 오늘 쉬어요' 하고 남기면 된다. 만일 공휴일 전 후로 쉬고 싶거나 sick call을 3일 이상 쓰고 싶으면 Doctor's note(의사소견)이 필요하다. 정말로 몸이 안 좋아 그 이상 쉬어야 한다면 병가를 내자.
4. 총정리 및 비교
한국 | 미국 | |
근무패턴 | 대부분 8시간 30분 3교대. 나이트전담 시스템 있고 보통 맥시멈 연속 3개월 까지만 허용. 최근엔 실험적으로 데이킵, 이브닝킵을 돌리는 병원들도 등장. |
대부분 11시간 30분 2교대. 수술실이나 시술방은 3교대 내지는 7시간 30분 2교대로 돌아가기도 함. 한 번 나이트는 영원한 나이트, 데이로 가고 싶다면 대기열에 올라 seniority 순으로 시프트 바꾸는 것이 가능(보통 몇 년 기다린다). |
휴게시간 | 30분의 점심or저녁or야식 시간 허용 | 데이는 1시간의 점심시간, 나이트는 1시간 반의 휴게시간 |
4주 기준 근무시간 | 공휴일이 없다는 가정 하 7.5시간*20일=150시간. 부서 인력 사정 따라 더 일할 수도, 덜 일할 수도 있다. |
공휴일이 없다는 가정 하 11.5시간*13일=149.5시간. 3교대 근무자들은 한국과 동일. 부서 인력 사정에 크게 영향 안 받는다. |
오버타임 | 보통 30분에서 많으면 1시간. 경험상 업무 외 오버타임도 상당히 많았다(태움으로 앞턴 선생님이 집을 안보낸다던가..). 이 경우 오티수당 신청은 눈치보여서 당연히 못했음 |
보통 길어야 30분. 미비된 차팅이 없다면 인계 주자마자 퇴근한다. 한국처럼 밀린 '액팅' 때문에 늦게가는 일은 없음. 그건 뒷턴에게 맡기면 되니까. |
휴가 | 수습기간이 끝나면 1년에 15개가 생기고 3년을 채우면 1개씩 늘었다. 내맘대로 쓸 수 없음. | 수습기간 끝나면 4주 휴가가 생김. 주당 4명 제한에 맞춰 내가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
공휴일 | 연휴의 개념때문에 미국보단 쉬는날이 많다. 어쩌면 이 때문에 휴가 자체를 얼마 주지 않는 걸 수도? | 법정공휴일 8일이 전부. 공휴일 하루는 7.5시간에 해당하므로 2교대 근무자가 하루를 통으로 쉬려면 공휴일 2일 이상은 일해야 내 휴가를 안까고 공휴만 사용 할 수 있다. |
특별 휴가 | 있는 지 모르겠다...특정 년차마다 보내주는 리프레시 캠프는 존재했었다(아마 우리병원만). | CHD, 문화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1년 중 하루 쉴 수 있음. |
무단 결근 | 어쩌다 한 명 정도를 빼면 무단결근 하는 사람은 없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므로 대부분 관련 규정도 모른다. 한 번 지각하더라도 드물게 있는 일이므로 이해해주고 넘어간다. |
아예 Sick call이 존재. 부서 컨시어지에 통보만 하면 끝이고 꼭 아프지 않더라도 쓰는 사람들이 많다. 법으로 보호받는 sick call은 뉴욕주 기준 맥시멈 56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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