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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간호사

미국간호사 - 인수인계 차이

1. 인수인계

 아침 그리고 저녁 7시부터 인수인계를 시작한다. 그전에 'huddle' 이란걸 하는데, 한국으로 치면 전체인계다. 대부분 중환자실이 그렇듯 전체인계 시간에는 질지표달성 이라던가 바뀐 원내 규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길어지면 10분 정도 하는데 한국에서보단 훨씬 짧다고 느꼈다. 이제부터 환자 인계하는 순서와 내용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 

2. 인계 스타일

 한국에서도 부서를 막론하고 권장되는 형태의 인계가 있다. SBAR라고 했던가, 교육시간에 배웠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론 부서별로, 인계주는 사람별로 스타일이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어떤 부서는 구두 인수인계가 없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효율성을 추구할 것 같은 미국은 의외로 인계에 있어선 고지식(?)한 면이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저 SBAR(여기선 I-PASS라 하더라) 형태로 인계를 줬다. 오히려 형태를 지키지 않을 경우 ‘organized' 되어있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인계는 아래의 세 파트로 이루어진다.

[1] 환자 기본정보

  • 환자 full name, 성별, 나이
  • 알러지 유무 - 한국보다 알레르기 환자가 많다고 느꼈다. 식습관 때문인가..., Code status(DNR, DNI, full code)
  • PMH(Past Medical History) - surgical history도 같이 말한다

[2] 환자의 hospital course

 부서 환자군을 보면 대부분 일주일 내로 퇴원하기 때문에 구두인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냥 자기들이 인계 시 받아 적어놓은 종이를 퇴근할 때 환자 컴퓨터 앞에 그대로 두고 간다. 그걸 보고 뒷턴에게 인계 주라는 일종의 배려다. 수술을 최근에 받았다면 수술방에서 있었던 이벤트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 장기입원환자가 있는데 이럴 경우 전산상에 handoff note나 summary에 누군가가 정리해 놓기도 한다. 한국에선 이런 장기내원환자를 처음 받아보는 경우에도 full hospital course를 전부 인계 달라고 요구하진 않았다(신규땐 일종의 태움으로 몇 개월 치 환자 발자취를 전부 인계주기도 했었다). 이런 장기환자는 과거의 주요 문제와 현재의 문제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가 궁금하면 인계받는 사람이 나중에 시간 내서 찾아보는 식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선 곧이곧대로 full hospital course인계를 준다. 매우 세세하게는 아니지만 날짜 순으로 꽤나 상세하게 준다고 느꼈다. 

[3] 전신사정

(1) Neuro

  • PERRLA(pupils are equal, round and reactive to light and accomodation)인지 아닌지
  • 사지 motor strength(strong, moderate, weak), 환자가 거동한다면 몇명의 어시스트가 필요한지 사지 numbness or tingling 유무
  • pain유무+있다면 어떤 진통제 오더가 있는지, PCA를 사용중이라면 PCA 오더까지

(2) CV

  • BP trend, target BP, inotropes/vasopressor, 혈압강하제 내지는 NO(Nitric Oxide)를 쓰고 있다면 그 용량이 얼마인지
  • EKG rhythm, HR trend
  • febrile / afebrile, 열이 난다면 Tmax가 얼마였는지
  • 사지 pulse 유무
  • Edema grade
  • VA ECMO, Impella, LVAD, RVAD, IABP같은 device가 돌아가고 있는 경우 세팅과 변화값 (필자는 아직 해당 교육을 못 들어서 이런 환자군을 다루지 못한다)

(3) Respiratory

  • Lung sound
  • ventilator setting 혹은 oxygen delivery device 용량
  • Endotracheal tube나 tracheostomy 있다면 사이즈와 깊이
  • O2 saturation+RR trend
  • secretion 스스로 뱉어내는지, 안될 경우 suction 으로 나온 가래 양상이 어떤지
  • VV ECMO 적용중이라면 세팅과 변화값

(4) GI/GU

  • Diet 처방 종류(NPO, Tube feeding, Regular diet...), L-tube나 PEG가 있을 경우 삽입부위와 길이
  • bowel sound, BM(Bowel movement) 횟수, 양상+관련 medication 유무
  • Nausea, vomiting(있다면 인계주고 없으면 굳이 말 안 함)+관련 medication 유무
  • Foley catheter 가 있다면 시간당 양과 양상
  • Stomy가 있다면 양상과 양
  • 환자가 incontinence 가 있는지, bedpan, commode, urinal 사용하는지, 화장실에 가는지
  • CRRT를 돌리고 있는 경우 세팅값

(5) Skin, Drain

  • 욕창 유무, 상처나 기타 피부문제 유무
  • Surgical wound, drain 설명+드레싱 종류

(6) Access

  • 각 카테터의 위치와 종류(C-line, PICC, Peripheral 등), 가능하면 크기까지
  • Swan-Ganz의 경우 삽입 길이
  • 각 카테터에 연결된 지속주입약물과 그 용량

(7) Special Concern, misc.

 랩 데이터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고 future plan을 설명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이렇게까지는 인계 줄 필요는 없다. 환자나 보호자 성격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경우도 있다.

3. 한국에선 인계 줬었지만 여기선 하지 않는 것

 이 역시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아래와 같다.

  • 항생제와 타깃 균주 - 예전 내 부서는 안티를 헤비 하게 쓰는 편이어서 이 인계가 거의 필수적이었다. 신규간호사에게도 항생제 공부를 엄청 시켰던걸로 기억...여기도 헤비하게 쓰긴 하지만 내가 느낀 건 다들 항생제에 관심이 없다.
  • 격리 여부, MDRO 균주 - 위의 항생제와 연계되는 항목으로, 미국에선 다들 환자 몸에서 무슨 균이 나오는지 관심이 없다...
  • 왜 환자가 중환자실에 와야만 했는지(미국도 이걸 인계 주긴 하지만 한국이 더 따지는 것 같았다)
  • 미실시오더 혹은 변경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오더들 - 깔끔하게 오더 내주지 않는 한국에선 이것도 중요했다.
  • 환자보유 마약, 향정 개수 - 이것도 비품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인계... 미국처럼 전부 비품 꺼내 쓰면 이런 인계 주고받을 일도 없다.
  • (이브닝->나이트 한정) 침대 시트가 더러운지. 나이트번이 환자 침상목욕과 함께 시트교환도 하기 때문에 이런 것도 물어봤었다.

4. 느낀점

 구두 인수인계에 대해 회의적인(기록과 다른 잘못된 정보를 얻는 일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 나로선 오히려 미국의 인수인계체계가 더 답답하다. 전산상으로 남겨놓고 찾아보면 될 것을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미국에선 적어도 인수인계 시엔 스트레스가 덜하다. 다들 어딘가에 써놓은 기록을 대놓고 읽어주며 모르는건 자기도 잘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아무도 그에 대해 뭐라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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