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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간호사

미국간호사 - 부서 운영의 차이(Charge nurse)

1. 차지는 누가보나?

 한국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 보면 4년 차부터 슬슬 트라이했던 것 같다. 좀 빠른 부서는 3년 차부터 시키기도 하고 혁신을 추구하던 어떤 매니저는 2년 차부터도 시켰었다. 난 차지를 보기 전에 퇴사했기 때문에 실제 어떤 업무인지는 수박 겉핥기 만큼도 모른다. 다만 현재 지인들은 차지 경험이 있는 사람이 훨씬 많으므로 대충 건너 들어서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미국이라고 차지 보는 사람이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보통 5년 차 이상 연차 좀 쌓인 사람들이 보지만 가끔 보면 3년 차 밑의 젊은 간호사에게도 차지를 시키는 게 보인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여긴 연차가 아주 오래된 사람에게는 차지를 안 시킨다는 것이다. 부서에 딱 봐도 20년 이상 일한 것 같은 동료들 대여섯 명이 있는데, 내가 입사한 이래 그들이 차지간호사였던 걸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럴 땐 미국이 오히려 연차대우가 확실하구나 싶었다. 

[1] 차지 트레이닝?

 전에 일하던 부서는 한 달의 차지트레이닝 기간이 있어서 차지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차지업무를 배우거나 혼자서 차지를 보고 더 연차 많은 선생님이 뒤를 봐주는 식으로 진행했었다. 여기선 차지 트레이닝이라는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다음 달 근무표가 나오는 걸 보면 2~3일씩 돌아가면서 차지를 보던데 가끔 급작스럽게 차지를 바꿀 때도 있어서 자기가 오늘 차지인지도 모르고 등 떠밀려 보는 것도 몇 번 봤다. 

2. 차지 업무

 전반적으로 한국의 차지 업무와 비슷하지만 좀 더 신경 쓸 게 적어 보였다. 신환이 왔을 때 정리를 도와준다거나 하는 액팅 요소는 빼고 차지만 하는 업무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 이외에도 알게 되는 게 생기면 추가하도록 하겠다. 

[1] 베드 어레인지

 한국에서의 차지 업무와 비슷하다. 여기 차지업무 중 가장 눈에 잘 보이고 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bed arrange다. 재원기간이 짧고 수술과 관련된 부서 특성상 환자 in-out이 정말 많아서, 이를 어레인지 하는 게 아주 골치 아파 보였다. 환자가 downgrade 될 만한 데 계속 ICU level care를 유지하고 있다면 차지가 진료팀에 전화해서 다운그레이드하게끔 설득하기도 한다. 전동이나 퇴원오더가 났다면 베드를 신청하고 전동을 빨리 보내게끔 간호사를 채찍질(?)하는 역할도 차지의 몫이다. 또 신환을 받아야 한다면 담당간호사에게 가서 환자 정보를 알려주는데, 어싸인 노트에 누가 어떤 환자를 받는지 명시해 놓는 경우가 드물어서, 차지가 알려주지 않으면 '난 환자 안 받는구나' 생각하고 일하게 된다.

[2] 어싸인, 인력관리

 PCT(조무원, 업무원 정도에 해당)와 다음 듀티의 assignment를 내는 것도 한국과 같은데, PCT는 간호사와 다르게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데이차지가 이브닝 PCT 어싸인을, 나이트 차지가 나이트와 다음날 데이 PCT어싸인을 낸다. 또한 이 어싸인을 위해서 매일 두 번(으로 알고 있다) 음성회의를 진행한다. 인력 관련 디렉터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각 부서 차지들이 모여 다음 현재 환자 수, 빈 베드수, 현재 가용 인원 등을 공유하며 다음 듀티에 누굴 어디로 헬퍼 보낼지 등을 결정한다.

 부서 특성상 정말 다양한 device를 다루게 된다. ECMO, CRRT, vent 같은 기본장비에 LVAD, RVAD, Impella, 거기에 가끔 IABP, remodulin pump(PAH약물)도 보이는데, 해당 장비에 대한 교육을 듣지 않았다면 그 환자를 볼 수 없다. 한국에선 그냥 연차 좀 차면 어싸인 던져줘고 모르면 맞아가며 배웠는데, 여기선 모르는데 환자 봤다가 소송 걸리긴 싫어서 그런지 다들 매우 조심한다. 보통 입사한 지 6개월(probationary period-수습기간)이 지나면서부터 교육을 신청해 듣는데, 사실 아무도 들으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안 듣고 계속 버티면 누군가 들으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진 않다... 아무튼 이런 시스템 때문에 디바이스를 달고 있는 환자는 해당 교육을 들은 간호사에게만 어싸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한국보다 더 골치가 아플 것 같다.

[3] 인수인계 

 차지간의 인수인계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한국보다 더 복잡하다. 미국은 유닛매니저가 두 명인 경우가 자주 있고, 우리 부서는 unit manager 외에 Assistant unit manager가 3PM~11PM 근무한다. 나이트 차지는 밤중에 나이트 CRN(Clinical Resource Nurse)에게, 아침엔 데이 차지와 데이 CRN, unit manager에게 인계를 준다. unit manager가 퇴근할 무렵(assistant unit manager 출근시간)엔 데이 차지가 Assistant unit manager에게, 저녁에 나이트 차지에게 인계를 준다(assistant unit manager도 참석한다).

3. CRN? 

 욕창, 낙상, 감염관리 등 질 지표과제는 한국에선 차지의 업무였다. 간호 행위 자체는 액팅들이 한다지만 이를 수치화하고 통계를 내는 건 차지 업무였기 때문에 차지 인수인계 시트가 정말 채워야 할 내용도 많고 길기도 길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선 CRN이 이를 중점적으로 보는 듯하다. 환자 피부상태 점검-사진 찍어서 전산에 올리라고 강조한다거나-하는 것, back check valve(needless cap으로 생각하면 될 듯)와 IV bag, set에 유효기한이 라벨링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CRN 업무다. 이 모든 것이 감염관리, 욕창 등에 해당하는 질 지표기에 관련 통계를 내는 것도 그들이다. 리소스 널스라는 이름에 맞게 bedside 업무 보단 행정에 일이 치우쳐져 있다. 재밌는 게 평소엔 NPC처럼 계속 돌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하지만 액팅 관련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좀 꺼려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토콜에 관한 질문이나 임상 관련 지식이나 궁금증을 물어본다면 굉장히 반가워하며 가르쳐준다. 여기 와서 처음 놀란 게 부서 교육자료 퀄리티가 어마어마하게 좋았다는 건데, 이것들도 CRN 둘이서 만들었다고 하니 마냥 NPC는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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