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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0 - [미국간호사/이민 수속] - 미국 간호사 - 엔클렉스 시험 준비(계기, 공부법)
1. 퇴사 결심
[1] 팬데믹과 백신
앞서 말했 듯 한창 팬데믹 때 엔클렉스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당시에 군인, 병원, 공무원 단체부터 먼저 백신접종을 반 강제화 하고 있었는데, 난 고집부리며 접종하지 않았다. 임상실험 데이터도 빈약하고 무슨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걸 계속 맞으라고 하는 데 반감과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르스나 SARS나 어느 순간 그냥 지나갔던 것 같은데 왜 그때의 COVID만 다들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따르지 않았다. 같은 부서 선생님들도 날 이상하게 생각했고 유닛 매니저님과도 한두 번 면담했던 것 같다. 왜 접종을 안 하는지 여쭤보실 때마다 음모론자에 가까운 내 생각을 피력할 수 없었기에 그냥 아직 못 믿겠다고 얼버무리며 지나갔다.
[2] 한 달의 휴가VS퇴사
국가 방역 정책은 더 개인을 옥죄는 쪽으로 흘러가서 백신 미접종자는 2주간 의무격리 기간을 거쳐야 했다. 그러고 나니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 가서 시험을 보고 오면 해당 국가에서 일정 기간 격리+한국에서 2주 격리해서 대략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한국에 시험장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국가에서 시험을 봐야 할지 정하는 것도 일이었다. 국가마다 방역정책이 전부 달랐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미국 뉴욕으로 가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뉴욕에 이미 학교 동기, 선후배 몇 명이 간호사로 자리 잡았는데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었고 내가 언젠간 합류할 것임을 공표하고 싶기도 해서였다. 이미 엔클 인강과 유월드를 결제할 때 뉴욕행 왕복 티켓도 끊어 놓은 상태였다.
병원에서 한 달씩이나 휴가를 줄 리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니저님과 면담을 했다. 3년을 일 하면서 먼저 유닛매니저님께 면담을 신청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마 면담을 신청했을 때 UM님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이들이 내 퇴사를 직감했을 것 같았다. 면담 결과 감사하게도 중환자간호팀장님께 여쭤보고 혹시나 가능하면 한 달 휴가를 허락하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팀장님의 답변은 '차라리 그냥 백신을 맞는 게 더 낫지 않겠냐'였다. 충분히 이해되는 답이었기에 그냥 퇴사를 하겠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유닛매니저님도 한 때 꿈이 미국간호사였다고 하시면서 내 앞길을 응원해 주셨다.
2. 시험보기 전 총정리
2021년 8월 31일 나이트 근무를 마지막으로 퇴사를 하고 9월 1일 저녁에 바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 같다. 나이트 퇴근 직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잠을 못 자고 그대로 공항까지 가게 되었다. 여행할 때 짐을 최대한 줄여가는 걸 좋아해서 모든 걸 정리해 놓은 아이패드 하나만 챙겨갔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시차 때문에 거의 하루 정도 시간을 벌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서 36시간 플랜을 짰다. 한국 시간 9월 1일 저녁부터 미국 시간 9월 1일 저녁까지 12시간, 9월 2일 12시간, 9월 3일 12시간 해서 총 36시간 동안 총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비행기에 있는 첫 12시간 동안 자지 않고 눈이 벌개져가며 계속 노트를 봤다. 이 시간 동안 post-test를 풀었다. 정답률이 60%가 나왔는 데 이 정도면 안전하게 합격하는 선이라는 유월드 측 설명이 있었다. pre-test의 40%에 비하면 성과가 있었지만 공부한 양만큼 성적이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느꼈다. post-test도 마찬가지로 오답노트를 하고 남은 시간 동안은 그동안 정리했던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읽었다.
3. 시험 후기
[1] 시험장 정보
시험장은 맨하탄의 Herald Square라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코리아타운 근처인데, 항상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곳이라 '이런 데 시험장이 있다고?' 싶었다. 한국으로 치면 홍대 길바닥 한복판에 시험장이 있는 것으로, 차들 경적소리와 사이렌 소리로 거리를 메우는 정말 시끄러운 곳이었다. 당시는 코로나로 인해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타임으로 시험을 나눠서 진행했다. 아침에 시험 볼 자신이 없어서 오후 1시 45분(으로 기억한다)에 신청해 두고 한 시간 전에 시험장에 도착해서 좀 더 총정리를 봐야겠다 싶었다.
건물 1층의 시큐리티에게 엔클렉스 시험 본다고 말하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놀랍게도 시험장 로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방음을 잘 했는지 바깥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직원이 내 여권과 생년 월일, 기본 정보를 대조하고 ATT를 확인했던 것 같다. 이때 살짝 긴장해서 직원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었다.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노트필기를 보고 있는 데 갑자기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시험 시작 시간은 아직 멀었는 데 그냥 들여보내 주는 것이었다. 오전 오후로 나눠놓은 시각이 의미가 없이 그냥 먼저 오는 순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졸지에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강제 입장당하게 되었다.
[2] 시험장 내부
시험장 내부는 이미 시험을 보고있는 사람들의 컴퓨터 화면이 살짝 보였지만 멀어서 문제가 보이지는 않았다. 모두 벽을 보고 헤드셋을 끼고 시험을 보게 되어있었으며 수험자들의 등 쪽에 두 명 내지 세명의 감독관이 감시 중이었다. 그림이 흡사 면회하는 죄수 같았다. 누군가 응시를 마치고 빈자리가 생겨 내가 들어가게 되었다. 시험장 내에서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으며 중간에 화장실을 가거나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손을 들어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다. 난 마실 것이나 먹을 것을 챙겨가진 않았는데 무언가 먹으면서 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3] 시험 후기
결론부터 말 하자면 유월드 pre-test를 볼 때와 같이 제대로 알고 찍은 문제가 많지 않았다. 항상 두 개 선택지 사이에서 애매함을 남겨둔 채 다음 문제로 넘어갔던 것 같다. 또, 유월드와 문제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유월드보다도 더 지엽적으로 나왔던 것 같다. 체감상 유월드보다도 더 어려웠다. 난 20번 문제쯤 넘어가니 SATA(Select All That Apply) 문제가 하나 건너 하나 꼴로 나와서 고통스러웠다. 모성간호가 내 약점이라 모성이 많이 나오지 않길 바랐는데 난 정형외과 문제가 많이 나온 걸로 기억한다(개인마다 문제유형은 전부 다르다). 그렇다고 자신 있었다는 뜻은 아니고 처음 보는 약 이름에 처음 보는 질병까지도 나와서 '망한 건가?' 싶었다. 내 시험 시간은 거의 미니멈인 75문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로는 신 유형에 대한 테스트 문제가 나왔는데 난 이것도 내 점수에 반영되는 줄 알고 매우 열심히 풀었다. 당시 내가 봤던 신 유형은(지금 바뀐 건지 모르겠다) 환자의 히스토리부터 랩 데이터, 경과기록까지 모든 데이터를 주고 이 환자는 어떤 질병이 있으며 가장 중요한 간호 중 재가 무엇인지 유추하는 문제들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일한 다면 굉장히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로 느껴져서 본시험보다 재밌게 풀었다.
4. 합격 확인
시험이 끝난 후 뉴욕에서 이미 간호사로 자리 잡은 선배와 만나 밤 까지 놀았다. 시험이 끝나고 너무 허망해서 기분이 별로였다. 술은 달았고 난 웃을 수 없었다. 나중에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해서 PearsonVue trick으로 확인해 보니 합격한 듯했다. 여전히 못 믿어서 시험이 끝난 후 뉴욕 관광을 할 때도 마음이 완전히 편하진 않았다. 며칠 더 지난 뒤 10 몇 달러를 더 내고 퀵 리절트를 확인하니 합격이라 그제야 안심했다.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SATA가 많이 나오는 건 수험자가 문제를 잘 풀어서 더 어렵게 내고자 컴퓨터가 난이도를 자체적으로 올리는, 즉 good sign 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정보도 없이 문제를 맞닥뜨리니 좀 더 당황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선생님들이 쓴 합격 수기를 보니 대부분 75문제에서 패스했다. 아마 팬데믹이라 시험장 체류시간을 줄이기 위해 좀 더 합격 기준도 유해지고 문제수도 줄이지 않았나 유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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