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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후기

스몰톡 문화

1. 모두가 자신 없어하는 스몰톡

 흔히 미국행을 준비하는 분들의 큰 걱정 중 하나가 바로 영어 의사소통이다. 그중에서도 스몰톡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차가 낮을수록 말을 아끼고 업무 외 대화는 지양하는 게 우리나라의 문화라면 미국은 정 반대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서로 떠들고 있고 별것 아닌 주제로도 몇십 분을 대화한다. 신규간호사나 나이 든 간호사나 예외 없이 다들 그래서, 처음엔 유닛에 신규간호사가 아예 없는 줄 알았다. 

[1] 스몰톡을 대하는 자세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스몰톡에 너무 공포심을 가지지 마라'이다. 덧붙이자면 처음엔 스몰톡에 아예 참여를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난 한국에서 일할 때도 3년 차 정도 될 때까지 부서사람들과 잡담을 거의 안 한 것 같다. 분위기가 그렇지 못하기도 했고 내 성격상 그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아무에게나 넉살 좋게 대화를 주고받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3년 차 정도 되고서야 부서에 적응도 하고 부서 동료들과 그나마 좀 더 가까워졌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여기 와서도 스몰톡이 편하지 않았고 처음엔 아예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외국에서 이민 온 간호사를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것? 이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 전부 내가 어디서 왔는지, 출신 국가의 임상은 많이 다른지, 어느 부서에 있었는지, 뭐 때문에 미국에 올 생각을 하게 된 건지를 루틴으로 물어봤다.

[2] 스몰톡 요령

 내 경험을 이야기 하는 건 그래도 관심 없는 주제 대화보단 훨씬 말하기 편해서 다행이었다. 미국인들은 말하는 걸 좋아하고 누가 자기한테 질문해 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와이프가 그러길래 나도 내 이민경위에 대해 말한다음 관련된 질문이나 그들의 경력에 대해 되물었다. 그 외에 주제엔 그냥 가끔 웃으면서 맞장구 쳐주는 정도로 시작했다. 처음 6개월 정도까지는 뭐라 하는지 안 들려서 그랬던 건데, 경험상 6개월이 지나니 귀가 조금 트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샌 전보단 많이 스몰톡에 참여하는 편이다(아직 현지인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주말 or휴일 계획과 음식 이 두 개는 스몰톡 국룰주제다. 즐거운 경험 내지는 새로운 경험, 그리고 먹는 걸 정말 좋아하니까 '새로운 걸 먹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 완벽하겠다.

2. 미국인들의 인맥

 스몰톡의 연장선으로 'socializing'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메리칸 스타일은 서로 신경 안 쓰고 회식 강요가 없고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당장 그 회사를 취직하는데만 해도 지인의 referral 이 가장 크게 적용한다. 학연, 지연, 혈연 모든 인연을 다 끌어서 이용한다. 미국이 신용사회라고 느끼는 부분이 이런 건데, 정보가 어느 정도 있고 믿을 만한 사람을 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취직 시에 이전 직장 혹은 대학 교수 같은 영향력 있는 사람의 추천서를 반드시 요구한다.

 또한 아무리 누군가 마음에 안 들어도 앞에서는 절대 티 내지 않는데, 아마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이용해 이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고방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딱 한번 만난 친구의 친구, 별로 안 친한 누군가의 지인 등 심리적 거리가 멀어도 한번 만났다 하면 인스타그램 맞팔로우 하는 상황도 많은데(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데이트 상대도) 그래서 일반인도 팔로워가 1000명이 넘어가는 게 부지기수다. 내가 그냥 평생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만 할 거라면 소셜이나 평판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거나, 대학원에 가거나 하는 등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로 옮겨갈 땐 내 이전 자리에서의 평판, 혹은 가게 될 포지션의 인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갓 이민 온 간호사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일자리가 급하다면 지인 혹은 지인의 지인까지 부탁해서 추천을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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