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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준비, 초기 정착

친정,시댁 없는 뉴욕에서 임신부터 육아까지(입퇴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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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복실 이후-모자동실

 회복실까지의 이야기는 이전 글 참고.

2024.11.17 - [이민준비, 초기 정착] - 뉴욕에서 임신부터 출산까지(출산 편)

 

뉴욕에서 임신부터 출산까지(출산편)

0. 이전 글 읽기2024.11.09 - [이민준비, 초기 정착] - 뉴욕에서 임신부터 출산까지(임신 편) 뉴욕에서 임신부터 출산까지(임신 편)1. 미국 산부인과 검진 미국 병원에선 출산 전까지 산부인과 검진

versatile-kim.tistory.com

[1] 한국 병원과 차이 

 한국에선 출산 직후 어떤 식으로 환자관리가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회복실에서 모자동실로 바로 이동하게 되어있다. 신생아실은 없고 신생아 중환자실과 Nursery Unit이 있다. Nursery 유닛은 부모가 불가피하게 아기를 놔두고 어딘가 가야 할 때 대신 돌봐주는 부서로 이해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아기 도난방지 때문에 이런 부서가 있는 것 같았다. 같은 맥락으로, 처음 담당간호사가 설명하기를 명찰에 분홍색 스티커가 붙어있는 의료진들은 신생아 관련 부서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들만이 아기를 만질 수 있다고 했다.

[2] 미국은 산모를 강하게 키운다 

 Baby-Mother 유닛의 한줄평은 '산모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이다. 너무 부정적인 표현일 수 있으나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이곳을 비교해 보면 너무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진다. 물론 두 나라의 산모에 대한 의료제도 사회보장제도가 양 극단에 있고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병원에서 출산한다면 산모가 힘든 건 사실이다.

 먼저,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병원에서 회복하는 시간이 2박 3일 혹은 3박 4일로 너무 짧다. 백인, 흑인(통칭 서양인이라고 하겠다)들에 비해 동아시아인은 신체구조상 출산도 힘들고 산후 회복이 느린 편인데, 병원 입원기간은 서양인들에게 맞춰져 있어서 충분히 휴식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모유수유'의 가능성이 있기에 진통제를 함부로 쓸 수도 없다. 옥시코돈이 산모에게 허용된 가장 강력한 진통제인데 그것도 퇴원할 때나 처방해 줬지 입원기간 중엔 트라마돌과 타이레놀만 줬다. 그 둘로 수술 후 통증이 해결될리는 없었다. 

2. 입원기간 동안 일상

 시시때때로 소아과와 산부인과에서 회진을 오고 유닛 간호사는 4시간마다 아기와 산모 활력징후를 측정하며 의사들 뿐만 아니고 사회복지사나 병원 사진기사나 기타 인력들이 계속 들락날락한다. 거기에 아기도 돌봐야 하므로 산모는 사실상 쉴 시간이 거의 없다. 간혹 원정출산으로 혼자 미국에 오는 산모들이 있다고 하던데 보호자 없이 병원생활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난 현재 풀타임 나이트근무를 하고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이다. 출산 당시 와이프와 같이 병실에 보호자 자격으로 있었지만 보호자라기 보단 모자동실 유닛에 플로팅 와서 환자 두 명(와이프랑 아기) 돌본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는 남편들은 더 정신없고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 정도로 산모는 물론이고 보호자도 편할 수 없는 것이 모자동실 유닛이다.  

 일단 간호사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주고 산모와 보호자가 알아서 하게끔 내버려 두는 편이다. 어찌 보면 막막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다행이었던 건 이 시기의 아이가 상대적으로 straightforward 해서 아이가 무얼 원하는지 알기 쉬웠다. 수유, 기저귀 갈기, 트림 시키기 외엔 전부 자기 때문에 유튜브 영상을 조금만 찾아본다면 아기를 돌보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회복이 전혀 안된 산모를 돕는 게 더 힘들다고 느꼈다.

[1] 문제의 환자식단

 미국 출산에 대해 검색해 보면 많은 산모들이 병원밥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걸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환자에게 줄법한 식단은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병원은 환자들에게 아이패드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래서 받았던 환자 식이라는 것이...

리가토니파스타
그나마 가장 괜찮았던 리가토니파스타
연어스테이크
저 허여멀건 퓨레는 매시드포테이토다.
쓰레기버거
가장골때렸던 메뉴. 정말 딱 저렇게만 나왔다.
치킨앤라이스
구운 치킨에 밥. 메인메뉴만큼 디저트랑 에피타이저가 많다.

 뭐 이렇게 나왔다. 지인들 몇 명이 찾아와 한식을 먹기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와이프는 끼니를 제대로 먹지 않았을 것 같다. 나도 맛봤는데 직원 카페테리아의 음식이 더 나았다. 

[2] 퇴원

 퇴원 전에 퇴원 교육을 시켜주는데 집에서 혼자(의료진 없이) 아기 돌보는 법에 대한 강의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시기에 따른 분유 혹은 모유수유량, 적절한 수유자세, 아기를 어떻게 재워야 안전한 지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소셜워커가 와서 아기 출생신고 및 SSN발급 신청을 한다. 이때 아이의 이름을 적어야 하므로 아기 이름은 이때까지는 반드시 정해야 한다. SSN은 신청하고 나면 3주 정도 후에 집으로 배송 온다. 퇴원 전에 보호자가 할 일이 있다면 물품을 미리미리 챙기는 것이다. 비싼 병원비 안에 supply값이 전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일회용 분유, 기저귀, 옷, 패드, 기타 등등 필요한 것은 쟁여놓으면 좋겠다. 간호사들이 알아서 챙겨주기도 하고 집이 가깝다면 틈날 때마다 가방에 챙겨서 집에 미리 가져다 놓는 방법도 있다. 

 퇴원 시에 반드시 카시트가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냥 유모차로 끌고 걸어가도 상관은 없다고 한다. 아이를 맨몸으로 안고 가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꼭 카시트에만 눕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카시트를 들고 왔다가 차에 장착하지는 않고 그대로 유모차에 조립해서 끌고 집으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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