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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9 - [이민준비, 초기 정착] - 뉴욕에서 임신부터 출산까지(임신 편)
뉴욕에서 임신부터 출산까지(임신 편)
1. 미국 산부인과 검진 미국 병원에선 출산 전까지 산부인과 검진도 잘 안 간다고 들었는데, 실상은 그렇진 않았다. 임신 중기까지는 거의 4주에 한번씩 Office visit이 있었고, 간단한 vital sign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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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원준비
제왕절개를 고려할 때부터 수술 잘하는 의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다니던 병원은 당직 의사들이 매일 바뀌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의사에게 수술받기가 어려웠다. 다른 병원은 어떤 식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선 매번 진료를 볼 때마다 봐주시는 분이 바뀌었고 입원(수술) 당일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의사가 수술을 집도한다고 했다.
수술 전엔 수술 날짜와 시간을 미리 고를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수술전 금식과 채혈 같은 기본적인 안내사항을 받았다. 채혈은 수술 하루 전까지 병원 내 outpatient lab에서 하면 되었다. 전날 밤 산모가방과 내 가방을 쌌다. 산모의 속옷, 패드, 마사지용 온팩, 스낵, 스킨케어 용품을 준비했고, 아기용품은 병원에서 무제한 제공해 준다고 들어서(병원비에 포함되어 있다) 따로 챙기지 않았다. 하도 미국병원은 카시트가 없으면 퇴원시켜주지 않는다고 해서 카시트도 챙겨가야 하나 싶었는데, 입원시점에는 필요 없었다.
2. 입원
[1] 수술준비
수술 두시간 전에 분만실내의 회복실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환자옷으로 갈아입었다. 같은 유닛에 수술실과 회복실, 병실이 모두 있는 L&D unit이었다. 아침 첫 번째 케이스라 전날 밤 12시부터 금식했고, 수술 두 시간 전에 간단한 주스 같은 음료를 마시도록 권장했다. 수술 후 회복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수술 후 회복실에 두 시간 있다가 모자동실로 간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 뒤엔 기본적인 모니터장비를 산모에게 부착했고, IV를 잡고 옥시토신 지속주입을 시작했다.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이런저런 행정절차를 마쳤다. 남은 시간엔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며 긴장감을 달랬다. 아내도 나도 수술실과 마취파트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아내는 현재도 수술실에서 근무한다), 심지어 우리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한 것이라 친숙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 당사자인 와이프가 너무 긴장을 한 게 눈에 보여서인지 내가 보호자로 이곳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남편인 내게도 방문객용 수술스크럽을 입혀 아기가 세상밖으로 나오는 순간을 직관할 수 있게 해줬다. 수술모자, 점프슈트, 슈커버까지 줬다.

[2] 마취
모든 준비가 끝나고 분만실로 들어갔는데, 마취를 하고 수술부위를 준비하는 동안은 남편은 바깥에서 기다리게 했다. 와이프가 가장 두려워하던 부분이 바로 마취였는데 그날의 당직 마취과 의사는 경험이 매우 많아 보였다. 아내가 받은 마취방법은 Combined Spinal-General Anesthesia였다.
마취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Spinal anesthesia(척추마취)는 Dura mater(경막)를 뚫고 들어가 CSF(뇌척수액)에 약물을 주입하기 때문에 dura mater손상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있고, 일회성 마취라는 단점이 있지만 적은 약물양으로도 확실한 마취 효과를 얻음과 동시에 근이완이 잘되는 장점이 있다. 경막 외 마취는 Dura mater바깥의 공간의 지방층에 약물을 주입하는데, 경막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더 안전하며 카테터를 삽입해 지속적으로 마취제를 주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근이완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둘의 장점을 조합해 만든 것이 바로 척추-경막 병용마취인 것이다. 마취가 성공적이라면 마취제 주입 부위-Dermatome이라고 한다-혹은 그 밑 발끝까지 움직일 수 없으며 촉각만 느껴지고 통각과 온도감각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마취제는 CSF를 타고 중력에 의해 이동하고 퍼지는데, 만약 약이 너무 위쪽으로 올라와 심폐에 연결된 신경에 영향을 미치면 해당 교감신경이 차단되어 호흡곤란이나 서맥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약이 너무 아래로 내려가면 수술부위의 통증차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취 level을 조절하기 위해 수술베드 각도를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3] 수술
마취가 끝나고 수술부위 소독 및 소독포를 덮고, 커튼까지 치고난 뒤 날 수술방 안으로 불렀다. 여기서 커튼은 멸균영역인 수술영역과 비멸균영역인 마취영역을 구분하고자 소독포로 커튼처럼 장벽을 세워놓은 것을 말한다. 제왕절개는 복부가 수술부위이며 마취영역에선 환자의 손과 머리, 가슴정도가 보이게 된다. 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아내 머리맡에 앉아있었다. 그러고는 머지않아 타임아웃-수술명, 수술부위, 환자정보, 수술방 내의 스태프들 이름과 역할 소개-을 시작했다.
내가 가장 놀랐던건 수술진행속도였는데, 9시에 절개가 들어가고 9시 5분에 자궁확인, 그리고 9시 7분에 아이를 꺼냈다. 수술 시작 7분 만에 아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학생시절 실습할 때 분만케이스를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이렇게 빠른 건지 몰랐는데 정신 차릴 틈도 없이 핏덩이 같은 아이가 인큐베이터로 향하고 있었다. 아이가 우렁차게 울어서 내심 안심했다. 아이 키와 몸무게를 재고 환자발찌를 착용하고 발바닥 도장도 찍은 뒤 나와 와이프에게 아기를 넘겨주었다. 통증조절이 잘 되고 있고 아내 활력징후가 문제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듣기론 마취제가 너무 위쪽 레벨로 올라와서 숨쉬기가 좀 불편했었다고... 그리고 EBL(예상 출혈량)이 2L라는 이야기를 아내가 수술 중에 얼핏 들었다고 했는데, 그러고 바닥을 보니 많은 양의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서 놀라진 않았지만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거나 수술실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라면 매우 충격받을 것 같았다.
아기 발찌와 부모 팔찌를 통해 이중확인도 했다. 한국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미국은 예전부터 아기 도난사고가 자주 있었던 모양인지 부모와 아기를 대조하는 과정이 철저했다. 아기에겐 전자발찌를 채워놨는데, 그게 빠지면 바로 알람이 울려서 병원 직원들이나 security가 알 수 있다고 들었다. 남편인 나는 회복실에서 대기하고 아내는 Suture를 마무리받고 복귀했다. 바로 아기와 산모가 skin to skin하게 끔 산모에게 아기를 안겨주었다.
3. 회복실
Combined Epidural Spinal Anesthesia를 했기 때문에 회복실로 이동해서 마취가 얼마나 풀리는지 확인했다. 마취의가 약 용량 계산을 기가막히게 한 건지, 아내가 복귀하고 몇 분 채 안되어 곧 발가락부터 움직일 수 있었다. 마취제가 발끝까지 퍼져있다면 마취가 풀릴 때도 발 끝부터 움직임이 가능하고 통증 및 온도감각을 느낄 수 있다. 아내가 통증조절로 Epidural PCA(환자가 버튼을 누르면 아까 경막 외 공간에 삽입했던 카테터로 진통약물이 주입되는 기구)를 사용할 수 있냐고 수술 전에 물어봤지만 그런 건 자연분만 산모에게만 준단다.
회복실에 있는 2시간 동안 마취팀에서 와서 마취가 얼마나 풀렸는지, 활력징후는 괜찮은 지 확인하고 돌아갔고, 수술팀에서도 수술부위 확인 및 수술부위 관리에 대해 교육해주었다. 분만실 간호사가 수시로 찾아와 자궁수축이 얼마나 되었는지(옥시토신은 계속 맞고 있었다) 체크했다. 모든 것이 이상 없었고 분만실 간호사가 모자동실 간호사에게 인계를 주고 전동을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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