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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준비, 초기 정착

CCP(체외순환사)

1. CCP란? 

 중국 공산당을 뜻하는 약어가 아닌 Certified Clinical Perfusionist의 줄임말로, 심폐기사 내지는 체외순환사를 뜻한다. 체외순환사가 활동하는 영역은 CPB(CardioPulmonary Bypass) 기계를 돌리는 흉부외과 수술방과 ECMO를 돌리는 중환자실(혹은 응급실 정도)에 국한되므로 관련부서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아니라면 이들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주요 업무는 ECMO 삽입 시 흉부외과의사(시술자) 보조-주로 circuit을 saline으로 채우는 역할을 하며 이때 서킷 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결과물이 완벽할 때까지 몇 번이고 시도한다-및 이미 돌고 있는 에크모 서킷 관리, on-pump open heart surgery에서의 cardiopledgia를 비롯한 수술 중 Bypass기계 관리등, 펌프를 사용하는 모든 곳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면서 본 체외순환사들은 대체적으로 여유가 느껴졌다. 가운을 입고 조용히 기계 앞에 와서 간단하게 이것저것 체크하고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는 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는지 ICU에서 일하는 선생님들 대부분이 체외순환사에 관심이 있었다. 

2. 우리나라의 체외순환사

[1] 코로나 이전의 체외순환사

 구글로 조사를 해보니 ECMO를 많이 돌리기 시작한 코로나 때부터 본격적으로 제도화, 법제화, 공식화 필요성이 제기된듯하다. 그전까진 필수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음지에서 활동하며 이렇다 할 인증제도도 없었다. 정식 교육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마치 현재 PA포지션처럼 병원 사정에 따라 다양한 직군을 데려다 앉혔다(지금도 마찬가지다). 채용 과정도 보편화되어있지 않아 근본이 없는데, 한국에서 내가 일했던 병원의 체외순환팀에선 에크모를 다루는 중환자실 출신 3~5년 차 남자간호사를 신규 선호했었다. 그 이유는 체외순환팀이 위계질서가 엄해서 신규 체외순환사를 뽑을 때 그 윗 기수 보다 사번이 높지 않은 사람을 뽑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원내 공고가 있긴 하지만 매년 올라오는 것도 아니었고 항상 내정자가 있었기에 다들 쓴맛을 봐야 했었다.

[2] 인증제도

 2021년 12월부터 대한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에서 주도적으로 자격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내 기준에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자격인증을 받으려면 체외순환사로 5년 이상 일하거나 150례 이상의 체외순환 독립운영(개심술)을 하고 이런저런 교육과 평가를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이 선행되는 게 아닌 실무가 선행되고 교육을 나중에 받아야 자격이 부여된다는 게 순서가 반대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교육과 실무과정이 임상에서 배울 수 없는 advanced level 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자격요건에 학위과정과 충분한 실습 시간과 보드 시험이 필수인 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인증제도는 어떤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면 한방병원에서 X-ray를 몇 건 이상 찍으면 한의사가 영상의학과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과 비슷하다(예전에 한의사 X-ray관련해선 이미 논란이 있었다). 국내의 체외순환사가 궁금하다면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란다.

https://www.kosect.or.kr/ 

 

대한체외순환사협회

 

www.kosect.or.kr

 개인적인 생각으론 한국의 체외순환사 전망이 어둡진 않을 것 같다. 대한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주도 하 공식화 및 제도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고 무엇보다 '의사의 업무 범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꼭 필요한 인력' 이기 때문에 의협의 반대 없이 PA에 비해선 양지로 빨리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은연중에 의사 협회에 조소 섞인 견해를 내비쳤더라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타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의료계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3. 체외순환사에 최근에 관심이 생긴 이유

 CRNA를 언제 준비할까 고민하던 중 현재 일하는 병원에서 최근에 perfusionist 코스를 신설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라델피아의 Thomas jefferson university와 협업을 맺어 21개월짜리 석사학위 코스를 만들었는데, 공식 홈페이지 같은 곳에 설명이 없고 자격요건이 되는 일부 의료진에게 이메일을 돌려 지원자를 받았다고 한다. 자격 요건은 우리 병원에서 3년 이상 근무, 그중 1년 이상은 수술 관련된 파트에서 일해야 한다고... 라운딩 왔던 Perfusionist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병원 측의 플랜이 본원뿐 아니라 분원에서도 체외순환사가 필요한 심장 수술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한다. 심장이식 같은 큰 수술은 병원입장에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체외순환사 수요가 증가할 테니 아예 코스를 만들어 유능한 인재들을 이곳저곳에서 끌어와 본원 및 분원에 배치할 생각이라고 한다.  

[1] 장점

 경제적이다. 일단 급여가 꽤 높다. 졸업 후 본원에서 돌아와 일하는 조건으로 연봉 시작이 20만불부터 시작한다고 들었다. 명시된 급여는 이것보다 적지만 On-call수당 같은 걸 고려하면 보통 20만 불이라고 했다. 뉴욕이 high-cost living 지역이라 그만큼 돈을 많이 주는 거긴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다른 병원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것 같다. 들은 바로는 몇몇 체외순환사들은 money hungry 해서 투잡을 뛰며 On-call을 동시에 두 탕씩 뛰어 30만불까지 챙겨간다고도 한다. 듣기에 너무 위험해 보이고 그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On-call을 몇 개나 잡느냐에 따라 수당이 천차만별인 시스템이다. 또 하나 장점으로는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코스 진행 중 병원에서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ReImbursement도 받을 수 있다. 3년 기간 중 업무를 병행하지 못해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CRNA코스를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당장은 이득으로 보인다. 코스 길이가 CRNA(36개월)보다 전반적으로 짧아서(21~24개월) 돈을 적게 벌거나 못 버는 기간이 줄어든다.

 경력의 압박이 덜하다. 본원에선 수술 관련 부서에서 1년 이상 일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그것도 CRNA의 무조건 ICU!! 에 비해선 유한 편이다. 다른 학교들은 꼭 Medical field에서 일하지 않아도 신입생들을 받아주는 듯 하니 얼마나 허들이 낮은 지 알 수 있고 경력을 위해 부서를 옮겨야 하는 스트레스도 없다. 

 본원 한정 또 하나의 장점은 CRNA에 비해 자율성이 더 높다는 것. 뉴욕주는 CRNA단독으로 마취업무를 하는 게 불가능하고 마취의가 상주해야 한다. 우리 병원은 마취과 레지던트나 펠로우가 꽤 많기 때문에 오히려 CRNA에게 큰 수술케이스를 주지 않고 단독으로 수행 가능한 업무가 한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 Perfusionist는 그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본연의 업무가 있고 perfusionist가 수술 중 step in 하면 마취과에서도 한발 물러난다고 한다.

[2] 단점

 다른 perfusionist 코스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본원에 신설된 코스는 듣기에 많이 힘든 감이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현재 부서에서 일해야 하며 나머지 5일 동안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왔다 갔다 하며 실습에 참여하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며칠은 뉴욕에, 며칠은 필라델피아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게 꽤 큰 스트레스로 가정이 있는 사람에겐 많이 힘들어 보인다. 올해가 첫 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개선해 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단점이라면 그렇게 까지 편하진 않은 업무 환경이다. Perfusionist에게 물어봤는데, 보통 5년 정도를 몸을 태우며 on-call 수당으로 돈을 바짝 번다음 CABG 같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수술만 하고 온 콜이 없는 병원으로 이직해서 편하게 일을 하는 게 정석 테크라고 한다. 온콜 상황이 유쾌하진 않은 모양이다. 현재 근무 패턴도 듣기에 굉장히 이상했는데, 간호사처럼 한번 데이는 영원한 데이가 아닌 데이 <->나이트 근무를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그렇게 스위치가 되고 근무도 일주일에 며칠 일하는 게 정해진 게 아닌 (좋게 말하면) 유동적인 근무 패턴을 보이는 듯했다. 대화를 나눴던 체외순환사도 오늘까지 나이트가 끝나면 6일 연속 데이 근무를 한다고 했다.

4. 뉴욕 주변의 Perfusionist school 

 본원의 신설 프로그램 외엔 뉴욕 주 안에 Hofstra University와 SUNY Upstate Medical University정도가 있는 듯하다. 우리 병원의 경우 Hofstra university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똑같이 학비 상환을 해준다고 한다. Hofstra는 Northwell 의료재단과 연계되어 있어 뉴욕 내의 수많은 산하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여전히 난 CRNA와 CCP사이에서 고민 중인데, 뉴욕시티에 특히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 계속 일할 거라면 CRNA보단 Perfusionist가 더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CRNA가 general income은 더 높기 때문에 CRNA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주로 옮긴다면 CRNA스쿨을 어떻게든 가고자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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