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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준비, 초기 정착

초기정착 - 에어비앤비

1. 공항->에어비앤비 룸

 이동 수단은 한인택시였다. Uber나 Lyft 등을 이용할 수 도 있겠지만 의사소통의 편의를 생각해서 한인택시로 결정했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여러 업체가 나오며 가격은 업체별로 큰 차이 없이 거리에 따라 정찰제이다(115불 정도 준 것 같다). 카톡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과 팁을 추가로 줄 필요 없는 것도 굉장히 깔끔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JFK에 아침시간에 도착해서 맨해튼 숙소까지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항공노선이 틀어져 Newark 공항에 밤 9시 넘어 도착하는 걸로 바뀌는 바람에 택시 업체에도 연락을 다시 해야 했다. 기존에 비해 거리도 늘어나서 택시비도 더 내야 했고, 도착했더니 거의 자정이 다되었다. 방을 구할 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는데, 내가 예약한 숙소가 walk-up 5 stairs였던 거다.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이 100킬로짜리 짐들을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옮겼다....

2. 에어비앤비 방에 대해...

 에어비앤비 룸은 P4(packet 4)가 나오자마자 알아봤다. 처음부터 바로 월세를 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보통 임시숙소에서 한 달~길게는 몇 개월 정도 지내다가 렌트 룸으로 이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본인이 어디서 일을 할 것인지, 치안에 얼마나 민감한지, cost of living 등 사람마다 기준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내가 방을 구할 때 눈여겨본 포인트를 몇 가지 공유할 까 한다. 참고로 에어비앤비라고 일반 월세보다 저렴하지 않다. 우린 32박 정도 있었는데 계산해보니 그냥 그 동네 평균 월세가격 정도 나왔다. 만약 방이 주변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저렴하다면 꼭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거나 치안이 안 좋거나 여러 명과 같이 share 하는, 셋 중 한 케이스일 것이다.

[1] 어느 지역에서 시작할 까? 

 흔히 뉴욕이라 하면 보통 뉴욕시티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뉴욕시티는 거대한 뉴욕주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구역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뉴욕에 간호사로 이민오는 대부분 사람들은 뉴욕시티에서 시작하므로, 시티가 아닌 동네는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시티엔 5개의 borough('자치구'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가 있다. Manhattan, Queens, Brooklyn, Bronx, Staten Island 이렇게 다섯 개다. 내가 느낀 구역 별 특징을 나열해 보자면, 

(1) Manhattan

 대중매체에 나오는 뉴욕은 맨해튼 한정이다. 자로 잰 듯 일정한 간격으로 뻗은 avenue와 street이 인상 깊다. 밑에부터 1st, 2nd, 3rd street..., 오른쪽부터 1st, 2nd, 3rd ave... 이런 식이기 때문에 길 찾기가 매우 쉽다. 이걸 100년도 더 전에 기획해서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탄만 나왔다. 그러나 섬의 환경이나 예전 건축물 보존을 위한 제도, 예를 들면 비싼 톨비와 주차비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더해져 섬 안의 모든 것이 비싸다. 또한 대부분 지역이 안전하지만 그 유명한 'Harlem'도 Manhattan섬 안의 일부이다. 최근엔 Gentrification으로 인해 Harlem(125th street부터 위로인 듯)도 안전하다곤 하지만, 여전히 밤에는 장담 못하므로 125번가 위로는 겁이 없거나 자기 몸을 지킬 줄 아는 사람만 사는 걸 추천한다. 

(2) Brooklyn

 Manhattan 남동쪽의 이 지역 역시 Gentrification으로 인해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한국으로 치면 힙스터들의 성지 성수동 느낌의 동네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맨해튼과 인접해 있는 일부 지역 한정이며, 그런 지역은 맨해튼 보다도 비싼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딘지 모르게 음침해 보인다. 중심부나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위험하단 얘기도 있다. 백인, 이탈리아인, 유대인, 히스패닉이 주로 모여 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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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ens

 Manhattan 동쪽의 넓은 구역이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비교적 안전한 치안+맨해튼으로 이동 수월'이 강점으로 작용해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산다. 특히 지하철 7호선 종점에 있는 'Flushing'이란 동네엔 chinatown+K-town+Japantown 등이 섞인 기이한 형태의 동양인 밀집 구역이 있다. 대중교통도 나쁘지 않으며 JFK공항가기도 수월(공항이 퀸즈에 있다)한 장점이 있지만 도시라이프나 뉴욕감성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추천하진 않는다. 한국으로 치면 남양주 느낌의 동네라고 봐도 무방할 듯. 그리고 'Jamaica' 란 이름이 붙은 동네가 있는데 거긴 매우 위험하다고 하다. 밤에 가보지 않아서 사실인지 그저 도시괴담인지 모르겠지만 굳이 체험해 볼 필요는 없을 듯.

(4) Bronx

 할렘을 지나 더 위로 올라가면 뉴욕 주 메인랜드와 붙어있는 동네이다. 보통 220번가 정도부터 인듯하며 여기서 일할 게 아니라면  난 이곳에서 살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언론매체로 접하는 브롱스는 치안이 안 좋으며 총기사고도 왕왕 있는 듯하다. 유튜브에 브롱스를 치면 나오는 영상들에 브롱스 출신 현지인들이 달아놓은 댓글만 봐도 좋은 내용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브롱스에 갈 일이 있다면 Bronx zoo or Yankee Stadium 딱 두 가지 이유 아닐까. 브롱스 위로 westchester구 가 인접해 있는데, 여기도 그 동네가 그 동네 인지라 안전하지 않은 듯하다. 

(5) Staten Island

 Manhattan에서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 옆을 지나쳐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나오는 섬이다. 지도상 뉴저지에 더 가까운데도 뉴욕주에 속해있어 '뉴저지와의 영토분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게 뉴욕주는 뉴욕시티 부분만 바다에 인접해 있다. 내가 옛날 주지사였어도 조금이라도 해안선을 더 넓히기 위해 목숨 걸고 가져왔을 것 같다. 섬 안에서만 운영되는 지하철(1개 노선)이 있으며, 페리나 광역버스로 맨해튼에 도달할 수 있다. 치안이 안 좋다는 말은 못 들어봤지만 일단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고 더 작은 섬이기 때문에 굳이 이 동네까지 와서 살 메리트는 없어 보였다(사실 이 지역은 한인 정보가 상대적으로 없다). 

[2] 비용

 우린 맨해튼의 Upper East라는 동네에 방을 잡았다. 전통적으로 대를 물려받아 부를 유지하는 찐 부자들이 주로 사는 동네이며 주민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예전엔 다른 동네 주민들이 본인들 동네에 오는 걸 싫어해서 지하철 노선 연장도 반대했었다고 한다. 현재는 지하철 6호선과 Q선이 있어 교통이 좀 편해진 듯. 아이러니하게도 어퍼이스트 바로 위는 이스트 할렘이다. 그래서 스트리트 몇 개 차이로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게 처음엔 너무 신기했다. 내가 방을 알아볼 당시(엔데믹 선언 후) 한 달 숙박비는 대략 3,000$~3,500$ 였다. 물론 맨해튼 내 다른 지역은 이보다 더 저렴할 수 도 있지만 기본적인 컨디션은 갖춘 방을 고르려면 저 정도는 줘야 했다. 에어비앤비는 한 달 이상 장기숙박설정 시 할인된 가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날짜를 잘 맞춰서 검색해 보자. 또한 렌트시세와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혹시나 렌트 시세를 알아보고 싶다면 Zillow나 Streeteasy 같은 부동산 어플을 이용해 보자.

https://www.zillow.com/

https://streeteasy.com

[3] 숙소 구조, 어메니티 등

 당연하게도 스튜디오(원룸)보단 원베드룸이 비싸고 방 개수에 비례해서 가격이 올라가지만 두 명이서 최소 원베드룸에서는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필터를 넣어 검색을 했었다. 예전에 뉴욕에 혼자 놀러 왔을 땐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방에서도 지냈었지만 이젠 와이프와 같이 온 만큼 남과 부대끼기 싫어서 공간 전체를 온전히 사용하는 쪽으로 알아봤다. 사실 원래 예약했던 방이 출국 2일 전 윗집 수도관 누수를 핑계로 집주인이 캔슬시켜 버리는 바람에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예약했다. 그 결과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5층에 자리 잡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이민을 온다는 건 엄청난 짐과 함께 이사를 온다는 뜻이므로 엘리베이터의 유무를 확인하거나 2층을 넘어가지 않는지 살피는 게 좋을 듯하다. 어메니티의 경우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낀 게, 우린 이삿짐을 다 들고 갈 거고 한국에서 쓰던 식기, 세면도구도 전부 챙겨갈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4] 교통

 어차피 처음 한 달 정도는 여러 이유로 일을 못하고(나중에 설명할 예정) 관광을 다니게 된다. 따라서 맨해튼 내 많은 관광명소들을 돌아보고 맛집 투어도 하게 될 텐데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대중교통이 매우 촘촘하게 잘 뻗어있고 관광지 대부분이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은 관계로 날씨만 좋다면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더 빠를 때도 매우 많다. 이런 의미에서 교통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어디까지나 맨해튼 한정이다). 도시 구조 상 스트릿 사이사이가 멀지 않아서 목적지에 금방 도착한다는 착각도 들게 만든다. 운동도 할 겸 도시 정취도 느낄 겸 처음엔 걸어 다니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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